컨텐츠 바로가기

09.30 (월)

[DBR]‘판매’ 아닌 ‘관계’… 경험공간으로 미래 고객과 만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LG전자 ‘그라운드220’

18∼34세 겨냥 고객경험공간

몰입형 경험 극대화해

고객과의 관계 맺기 가능성 확인

동아일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LG전자 고객경험공간 ‘그라운드220’.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건물 외벽의 벽화는 영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린다 바리츠키가 디자인했다. LG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전자가 젊은 세대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과 클래스 등을 제공하는 고객경험공간 ‘그라운드220’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 LG전자는 회사의 제품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20대 소비자들에게는 ‘엄마가 좋아하는 브랜드’ ‘나와는 크게 상관 없는 브랜드’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꼈다. Z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기 위해 운영하는 자문단인 LG크루는 이런 회사의 현주소를 꼬집으며 ‘전래동화처럼 멀게 느껴지는 브랜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젊은 세대와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LG전자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가정을 이루기 전 단계에 있는 18∼34세 소비자를 ‘영 제너레이션(Young Generation·YG)’으로 정의하고 해당 고객군이 회사의 제품과 브랜드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열었다.

이렇게 문을 연 그라운드220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힙한 공간’으로 떠오르며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서서히 바꿔 놓고 있다. LG전자가 어떻게 그라운드220을 통해 영 제너레이션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고객 지평을 확장하고 있는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9월 2호(401호)에 실린 케이스 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 제품 아닌 라이프 중심 공간 구성

그라운드220의 기획을 맡은 LG전자 CX(고객경험)센터는 젊은 고객들과 진정성 있고 끈끈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반짝 사라지는 팝업스토어보다는 1년 내내 언제든 찾아갈 수 있고, 오랜 시간 머물러도 부담 없는 상설 경험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서울 안양천 인근의 양평동 매장을 상설 공간으로 선택한 뒤 해당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를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고민 끝에 CX센터는 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면 제품을 넘어서는 경험 중심의 접근이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늘날 기술 발달로 전체적인 제품의 질이 향상되고 경쟁도 더 치열해진 만큼 그저 기능이 우수한 제품보다는 차별화된 경험이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그라운드220은 제품 중심이 아닌 라이프 중심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식물재배기 ‘틔운’을 주인공으로 놓고 제품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식물을 키우고, 비건 쿠킹을 배우고, 차 문화를 즐기면서 고객이 비건라이프를 상상해 볼 수 있도록 경험 제공에 초점을 뒀다. 마치 이케아가 자사 제품으로 꾸민 집에 고객을 초대해 1박 2일간, 혹은 1년간 살아 볼 수 있도록 하듯, 고객이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제품을 자연스럽고 실용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다.

● 몰입형 경험 극대화한 디자인

그라운드220은 이미지와 소리, 냄새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각에 걸쳐 경험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몰입형 공간을 조성했다. 가령 탁 트인 테라스를 통해 노을 지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해 이 공간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바쁜 도시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 공간 역시 도심 속 강변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물의 움직임과 소리 등 물과의 접촉이 사람들에게 평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는 ‘블루 마인드 효과(Blue Mind Effect)’를 노린 것이다.

아울러 고객이 몰입형 경험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주도할 수 있도록 브랜드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굿즈를 기획했다. 고객이 직접 만든 이미지를 프린트해 티셔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이미지를 만들 때에는 LG전자의 브랜드 IP(지식재산권)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이 브랜드 메시지와 자발적으로 관계를 맺도록 유도했다.

또한 LG전자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온라인 공간과 통합해 고객이 몰입할 수 있는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소비자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회사와 상호작용하고 있는 만큼 온오프라인이 이어지는 경험은 고객 여정을 매끄럽게 만들고 브랜드에 대한 일관된 인상을 갖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고객들은 그라운드220에 입장하자마자 키오스크를 통해 회원가입을 하게 된다. 이어 ‘일상기록’ ‘몰입하는’ ‘완벽주의’ 같은 단어 중에서 자신을 잘 설명하는 키워드를 통해 고객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유형을 찾고, 가상 세계 속에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 수도 있다. 나아가 온라인 앱에서 채팅창을 통해 나눈 메시지는 오프라인 공간의 미디어월에 실시간으로 옮겨진다. 이처럼 그라운드220은 모든 접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끊임없이 연결해 고객이 하나의 옴니채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트렌드 센싱과 기획의 선순환

이렇게 LG전자가 새로운 공간인 그라운드220을 열어 수집한 데이터는 영 제너레이션의 트렌드를 감지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 데이터를 통해 CX조직은 물론 상품기획과 마케팅 부문도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20대 후반 이상 고객들의 경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는 디지털 디톡스 같은 프로그램을 쉼으로 여기는 반면 20대 초중반 고객들의 경우 러닝이나 디제잉처럼 집중하는 프로그램을 휴식으로 생각한다는 통찰을 얻었다. 이 같은 인사이트는 젊은 세대에 더 맞춤화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구지영 LG전자 CX센터 상무는 “미래에 주요 고객이 될 젊은 세대의 감성 안에 자리 잡지 않으면 앞으로 이들을 만날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그라운드220은 기획 단계부터 젊은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서 ‘관계 맺기’라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DBR 객원기자 minkimomo1215@gmail.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