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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흙수저 vs 흙수저… 대통령만큼 뜨거운 부통령 TV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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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90분간 진검승부

조선일보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왼쪽)와 공화당 J D 밴스 상원의원.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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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60)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J D 밴스(40) 상원 의원의 TV 토론이 다음 달 1일 뉴욕에서 CBS 주관으로 열린다. 두 사람 모두 중서부 ‘흙수저(자수성가형)’ 출신 백인 남성으로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도 적지 않다. 월즈가 하원 의원과 재선 주지사까지 지내고도 여전히 ‘옆집 동네 아저씨’ 이미지를 추구하는 반면 밴스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변호사와 벤처 투자자로 부(富)를 일궜다. ‘흙수저 아저씨’, ‘흙수저 야심남’으로 분류되는 이 둘의 토론은 1일 오후 9시(현지 시각, 한국 시각 2일 오전 10시)부터 CBS의 두 여성 방송인인 노라 오도널, 마거릿 브레넌의 사회로 약 90분 동안 진행된다.

미국 정치에서 ‘정권 2인자’인 부통령의 권한과 역할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 되면 바로 권력을 승계해 백악관 주인이 된다는 점에서 존재감은 확실하다.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재선 도전 포기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논란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서 이번 대선에선 부통령 후보들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생방송 토론이 대선 레이스의 주요 변곡점이 돼 왔다는 점은 특히 이번 부통령 토론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첫 토론 때 바이든의 인지력 논란이 불거지며 결국 사퇴로 이어졌고, 이달 초 토론에선 해리스가 트럼프에게 선전하며 대선 궤도에 제대로 올라탔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토론 모두 한 번으로 끝나 ‘패자’에게 만회 기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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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1일 부통령 토론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 TV 토론으로 ‘단판 승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부통령 후보의 독특한 성장사(史)와 튀는 캐릭터도 토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월즈는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얻은 딸 호프와 학습 장애를 앓는 아들 거스의 사연이 주목받았고, 밴스의 경우 알코올중독을 극복한 어머니 베벌리 에이킨스와 인도계 배우자 우샤가 화제가 됐다.

월즈와 밴스 모두 풍요와는 거리가 먼 내륙의 저소득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각각 주(州) 방위군과 해병대에 복무한 군 경험이 있고, 둘째가라면 서러울 달변가란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인생 경로를 걸었다. 월즈는 재산이 100만달러도 안 되고, 재산 공개 당시 주식이나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아 화제가 됐다. ‘동네 아저씨’ 같은 복장을 고수하며 공립학교 교사, 고등학교 풋볼팀 코치 경력을 특히 강조한다. 반면 편모 가정에서 힘든 성장기를 보낸 밴스는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된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작가, 정치인 등으로 성공 가도를 걸었다. 순자산도 10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즈는 이런 밴스를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후원으로 경력을 만들었다. 평범한 중산층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해 왔다.

이번 토론에선 우선 월즈가 밴스의 각종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밴스는 3년 전, 독신으로 살며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을 비판하면서 ‘아이 없는 고양이 여성’이라는 말을 썼다. 이 발언은 여성의 생식권(임신·출산·낙태 등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이 주요 이슈로 부각된 이번 대선 국면에서 재차 소환되며 공화당을 겨냥한 민주당의 공격 소재로 활용됐다. 또 트럼프는 지난 토론 때 아이티 이주민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는데, 이는 사실 밴스가 소셜미디어에 토론 전날 게시한 글에 쓴 내용이었다. 이번 토론에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맞서 밴스는 불법 이민 급증, 고물가 같은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실정(失政)을 부각하는 한편 월즈가 그의 주 방위군 복무 경력을 지나치게 부풀렸고 이라크 파병을 회피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밴스가 월즈의 음주 운전 전력 등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크다. 월즈는 고등학교 교사 시절인 1995년 음주 운전을 하다 단속돼 교사 경력을 접을 뻔한 적이 있다.

정치 경력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월즈·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건 이번 대선에서 이들의 고향인 중서부 유권자들의 표심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 쇠락 지역)’라 불리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3개 주의 선거 결과는 승패에 직결되기 때문에 월즈·밴스 모두 대부분의 유세 일정을 이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2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선 오하이오·미시간·위스콘신 3주에서 월즈가 44%, 밴스가 42%의 호감도를 각각 기록해 월즈가 조금 앞섰다. 비호감도는 월즈가 41%, 밴스가 48%였다. 오하이오주는 트럼프 지지율이 월등히 높아 경합주는 아니지만, 트럼프가 지난 토론 때 ‘아이티 이주자들이 반려동물을 먹는다’고 지목한 소도시 스프링필드가 있는 주여서 이번 여론조사에 포함됐다. 오하이오주에선 트럼프 지지율이 50%로, 44%인 해리스를 여전히 크게 앞선다고 나타났다. 7개 경합주에선 두 대선 후보가 오차 범위 내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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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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