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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가구회사의 건축컬렉션, 비트라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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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가구는 작은 건축이다.” 건축과 가구의 불가분한 관계를 일컫는 말이다. 스위스 가구회사 비트라(Vitra)는 독일의 소도시 바일 암 라인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1957년 그 유명한 ‘임스 가구’의 라이선스를 시작으로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으나 1981년 대화재로 큰 타격을 입었다. 위기는 곧 기회. 공장과 창고는 물론 박물관과 전시장 등 명품 건축물 30여 동을 세워 비트라 캠퍼스를 조성했다.

대화재 후 영국의 니콜라스 그림쇼에 의뢰해 새 공장동과 통일된 마스터플랜을 작성했지만, 미국의 프랑크 게리가 개입해 월드 클래스 건축가들의 명작을 모아서 현대건축의 메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자체 디자이너 없이 유명 작가들과 계약을 통해 가구를 생산하는 비트라의 경영 철학에 어울리는 아이디어였다. 게리를 비롯해 일본의 안도 다다오와 사나(SANNA), 포루투갈의 알바루 시자, 영국의 자하 하디드, 스위스의 헤르조그와 드 뫼롱 등 빛나는 별들의 경연장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쟝 푸르베의 주유소, 버크민스터 풀러의 돔, 카츠오 시노하라의 주택 등 지난 세기의 명작들까지 옮겨와 명실상부한 현대건축 최고의 컬렉션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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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DDP의 건축가 하디드가 1993년 설계한 사내 소방서는 최초로 실현된 그녀의 데뷔작이다. 사선으로 뒤집힌 지붕 등 실험으로 ‘콘크리트 번개’라는 별명을 얻었다. 게리는 특유의 비틀고 휘어진 비정형의 미술관을 선보였다. 헤르조그 & 드 뫼롱의 비트라하우스는 15채의 집을 적층한 개념으로 혁신적 실험의 정점이다. 가구와 굿즈의 플래그샵으로 운영 중인 내부 공간도 파격과 감탄의 연속이다.

비트라 캠퍼스는 포스트 모더니즘과 해체주의, 하이테크 건축과 비판적 지역주의, 네오 모던과 메타 모던 등 현대의 주요 건축 사조들을 모아 놓은 유쾌한 전시장이다. 이곳에 등단한 건축가들이 대부분 건축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아 비트라 캠퍼스는 ‘프리츠커의 예비학교’라는 위상도 얻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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