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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18년 은신했던 나스랄라, 네타냐후 유엔연설 보다 당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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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7일 뉴욕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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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34년간 이끌었던 ‘헤즈볼라의 얼굴이자 두뇌’ 하산 나스랄라(64)의 사망은 이스라엘 정보전의 승리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 69비행대대 전투기들은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의 지하 18m에 있는 헤즈볼라 지휘본부에서 회의 중이던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2000파운드(907㎏)급 BLU-109 등 폭탄 100여 개를 몇 분 내 퍼부었다. NYT는 위성사진과 영상을 분석한 결과 7층 높이의 아파트 건물 최소 4채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수백m 떨어진 곳에서도 건물 6채가 무너져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도 뚫을 수 있는 초대형 벙커버스터다. 69비행대대는 2007년 시리아 핵시설을 폭격한 ‘오차드 작전’을 수행한 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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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이스라엘군이 ‘하산 나스랄라 제거에 참여한 전투기’ 자막과 함께 공개한 F-15I 전투기 8대의 모습. [사진 이스라엘군 텔레그램 채널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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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은 이번 작전이 헤즈볼라 지휘부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회동 장소를 정밀 타격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 정보망의 위력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나스랄라는 2006년 이후 사망 직전까지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에 대비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AFP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헤즈볼라의 자체 운영 라디오와 위성TV를 통해서만 메시지를 내왔다. 무산호출기(삐삐), 무전기(워키토키) 폭발이 잇따른 지난 19일 이스라엘에 “응징할 것”이라는 경고가 그의 마지막 공개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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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 사망 직후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나스랄라와 다른 지휘관의 회동 사실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극도의 경계 상황 속에서도 이런 정보를 입수한 데 대해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정보원이 헤즈볼라 내부 깊숙이 침투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스라엘 안보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20년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정보 활동에 집중해 왔다”며 “지휘부를 포함해 원하는 시기에 수장을 공격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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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남부 시돈에서 나스랄라의 초상화를 든 채 항전 구호를 외치는 레바논인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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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06년 34일간 치러진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정보 실패로 인해 결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한 뒤 정보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이스라엘군 시긴트(신호 정보) 담당 8200부대는 첨단 사이버 장비를 도입해 헤즈볼라의 휴대전화 등 통신 수단을 도청했고, 입수한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도록 전투부대와의 협의 채널을 만들었다. 이스라엘군은 또 드론과 첩보위성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헤즈볼라의 움직임을 감시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비밀요원을 투입해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강화된 정보력은 헤즈볼라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지휘부에 대한 표적 공습으로 최근 푸아드 슈크르 군 최고사령관 등 핵심 지휘관 9명 중 8명을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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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공습으로 연기가 치솟는 레바논 남부 국경마을 자우타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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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뉴욕에서 유엔 총회 연설을 하기 전 나스랄라 제거 작전을 승인했고, 나스랄라는 네타냐후의 연설을 보던 중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네타냐후의 유엔 연설은 나스랄라로 하여금 이스라엘군이 총리가 해외에 있을 때 과감한 공격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기 위한 “주의 분산용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나스랄라에 이은 헤즈볼라 수장으론 나스랄라의 사촌인 하셈 사피에딘(60), 헤즈볼라 부사령관 나임 카셈(71) 등이 거론된다. 알자지라는 사피에딘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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