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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사설] 이시바 총리, 한-일 새 출발점은 일본의 겸허한 역사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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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전 간사장이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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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가 10월1일 일본의 102대 총리로 선출된다. 이시바 총재는 한국인들에게 안보 문제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보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정치적 라이벌’이던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달리 여러차례 합리적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양보 외교’를 통해 개선된 현재 한-일 관계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모래 위의 공든 탑’과 같다. 이시바 새 총리가 한-일 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소한의 컵 반잔’을 채울 수 있는 겸허한 역사 인식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7년8개월 동안 이어진 ‘아베 1강’ 정치의 폐해가 누적되며 발생한 자민당의 정치자금 문제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전격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치러졌다. 그래서 국내 현안 공방이 주를 이뤘을 뿐 한-일 관계나 역사 인식 등이 쟁점이 되진 않았다.



그나마 한국에서 관심을 모은 건 이시바 총재의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구상’이었다. 공약집을 보면,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 규범을 형성하고, 지역의 다국간 안전보장 체제의 구축을 주도한다(아시아판 나토)”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구상은 그가 지난 27일 미국 허드슨연구소에 발표한 기고문에 더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현재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아시아”라며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아시아에도 한 회원국이 침략당하면 모두가 힘을 합쳐 대응하는 집단안전보장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미-일 동맹을 쌍무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한 미-일 안보조약 개정, 그에 따른 자위대의 괌 배치, 아시아판 나토 차원의 핵공유·핵반입(전술핵 배치) 등의 검토를 요구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구상은 한국에서도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역사 문제에서 더 이상 사죄와 반성을 말하지 않게 된 일본이 중국을 배제하며 한국과 사실상 군사동맹(집단안보 체제)을 맺자는 의견에 동의할 한국인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문제가 본격화되면 한-일 간 마찰이 불가피해진다.



역사 문제와 관련해 이시바 총재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저서 ‘보수 정치가 이시바 시게루―나의 정책 나의 천명’을 보면, “합병이 얼마나 상대국 국민의 자존심과 정체성에 상처를 줬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한-일 간의 진실한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고 적었다. 지속가능한 한-일 관계를 위한 첫걸음은 이시바 총재 본인의 말대로 일본의 겸허한 역사 인식이다. 이시바 총리의 전향적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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