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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안재욱 칼럼] 反기업 정서 해소에 기업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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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자유기업원 이사장

눈부신 경제발전 기업가 역할 큰데
기업 옥죄는 반시장 규제 첩첩산중
올바른 시장경제 교육·전파 강화를


이투데이

강의하면서 “자원, 과학기술, 기업과 기업가 중에서 무엇이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가?”라고 질문해 보면, 대부분이 과학기술이라고 답한다. 물론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과학기술이 중요하다. 그러나 과학기술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과학기술은 기업과 기업가에 의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재화로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잘 알다시피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증기 기술이다. 사실 증기 기술은 고대 로마 시대에도 있었다. 당시에 그 기술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귀족들을 위한 장난감이나 장치를 만드는 데만 이용되었다. 18세기 후반에 기업가들에 의해 증기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기계들이 만들어지면서 생산이 증가하고 사람들의 삶이 나아졌다.

기업과 기업가의 중요성은 도시들을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의 시애틀이 중서부 도시들보다 훨씬 잘 산다. 시애틀에는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들이 많다. 미국 중서부 도시에는 그러한 기업들이 별로 없다. 시애틀의 1인당 소득이 중서부 도시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이유다. 우리도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SK이노베이션 등 기업들이 많이 있는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다른 어떤 도시보다 높다. 정부 청사가 모여 있는 세종시의 거의 두 배나 된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지난 6월 한국은행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일본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지난 70여 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고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며 우리의 삶이 나아지게 된 데에는 정주영, 이병철, 이건희, 최종현 회장 등과 같은 기업가들의 역할이 컸다.

실제로 기업과 기업가는 시장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기업가는 새로운 기술을 효과적이고 실용적으로 적용하여 낮은 비용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면서 가치를 창출해 낸다. 또 시장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 기업가는 자기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행하기 위해 기업을 설립 운영하며, 혁신적인 활동을 통해 더 많고 더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업과 기업가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기업과 기업가의 활동을 옥죄는 규제가 갈수록 많아져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뿐만 아니라 22대 국회 개원 이후 8월 말까지 발의된 기업규제 법안들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기업규제 3법, 산업안전보건법 강화, 화학물질관리법 강화, 중대재해처벌법,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 등을 포함한 상법 개정, 가맹사업법과 하도급법, 일명 ‘노란봉투법’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규제와 법안에는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반기업 정서가 도사리고 있다. 반기업 정서의 원천은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잘못된 지식에 있다. 불행하게도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나라인 우리나라에 반자본주의적, 반기업적, 반자유주의적, 반시장적 지식인이 매우 많다. 그러한 지식인 중에는 이미 그 용도가 폐기된 ‘마르크스 경제학’에 바탕을 두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며 기업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고, 시장경제를 원론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사항에서는 정부의 시장개입과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며 논리적 일관성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지식인들이 잘못된 믿음과 반감으로 반기업적 이론과 철학을 만들어 내며 기업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기업 정서의 원천이 잘못된 지식에 있으므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이 올바른 지식을 갖고 있으면 선동가들의 말에 쉽게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기업과 기업가가 실제로 우리 사회와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국민에게 교육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교육과 전파에 기업과 기업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반기업 정서의 대상이 바로 기업과 기업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더 나은 선진국이 되고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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