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을 보낸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강화 영향으로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자 아파트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매매 가격 상승 폭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10월 한국은행 금리 인하 가능성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할 변수로 ‘집값’을 지목하듯 부동산 시장 역시 향후 집값 움직임의 전환점으로 금리 인하를 주목하는 관망세 속에서 부동산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도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집값 바로미터’로 통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8월 한 달에만 0.83% 올랐으나 9월 상승률은 이에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7월 첫째 주 이후 줄곧 0.2% 이상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이 9월 셋째 주에 0.16%로 내려앉은 데 이어 넷째 주에도 0.12%로 상승 폭이 축소되고 있어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8월 주택시장 리뷰’에서도 7월 127.2를 기록했던 서울 매매가격전망지수는 124.1로 전월 대비 낮아지면서 상승세는 유지하되 폭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해당 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하기는 올 들어 처음이다.
정부 기관 공식 발표와 달리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민간 통계도 나왔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정책연구원은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7월보다 4.5% 하락했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4.4%, 0.7% 하락하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이 1.9%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방식 차이로 부동산원 통계보다 한 달 이상 빠르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8월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은 계절적 요인과 8·8 부동산 대책, 스트레스 DSR 2단계, 가격 피로감 등으로 매수 심리가 관망세로 전환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집값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금리 인하 여부가 집값 향방에 전환점이 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지면 1년 이후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0.43%포인트 더 높아진다.
1년 후 주택 가격 전망을 반영하는 한은의 9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19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인 것도 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한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1년 뒤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금리가 낮아지면 매수자들은 자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상향 작용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부동산 시장에 공급 부족이 예고돼 있고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라는 하나의 큰 전환점이 생기면 유동성을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금리 인하 효과가 현재 시장금리에 반영돼 있어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부분은 이미 다 채권 금리 등 시장금리에 반영돼 있어서 대출 규제가 종료되면서 동시에 상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주경제=김슬기 기자 ksg4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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