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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네타냐후, 유엔 연설 직전 최종 승인…美는 작전 돌입 후 통보받아"(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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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F-15I 전투기 출격…나스랄라 은신 20m 지하벙커에 폭탄 80t 퍼부어

"이스라엘, 목표 달성 위해 도시 지역이라도 대형 폭탄 사용 주저하지 않아"

뉴스1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에 있는 헤즈볼라 지하벙커에 공습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요아브 갈란트(왼쪽)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가운데) 토머 바르 이스라엘 공군(IAF) 사령관(오른쪽) 등 지휘바가 IAF의 지하 지휘통제실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다. (제공: 이스라엘 국방부)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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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수뇌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인구 밀집 지역인 베이루트 남부에 설치된 지하 벙커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벙커 깊이는 60피트(약 18.28미터) 이상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회의 참석자 일부는 수일째 이어진 이스라엘 공격에 헤즈볼라가 강력히 대응하는 것을 이란이 막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의는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은 약 80톤의 폭탄으로 벙커를 타격했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공격엔 벙커를 관통하기 위해 연쇄 폭발이 가능한 여러 발의 시한폭탄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전투기의 작전이 끝났을 때 베이루트 상공에는 주황색 연기 기둥이 치솟았고,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나스랄라는 사망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의 작전 계획은 수개월 전에 마련됐다. 군 당국은 시한 폭탄으로 지하 벙커를 뚫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각 폭발이 다음 폭발을 위한 길을 여는 방식이다.

특히 지난 며칠간 이스라엘 관리들은 나스랄라 살해 옵션을 진지하게 논의해 왔다. 정확한 공습 시간은 헤즈볼라 수뇌부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회의 몇시간 전에 파악한 뒤 결정됐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여러 고위 테러리스트와 만난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당시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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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서 이스라엘 군의 공습을 받아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2024.09.2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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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채널 12 뉴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 연설 직전에 공습을 최종 승인했고, 불과 몇 시간 뒤에 실제 작전이 진행됐다.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 작전 완료 한 시간 뒤, 이스라엘 총리실은 뉴욕에서 전화로 작전 개시를 명령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 측은 작전은 하나의 실수도 없었고, 헤즈볼라의 반격도 없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2006년 전쟁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나스랄라는 오랫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이동도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번 암살은 헤즈볼라에 이스라엘 정보원이 침투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번 베이루트 공습은 이스라엘은 적 수뇌부 제거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시 지역이라도 대형 폭탄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을 또다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7월, 하마스 군사조직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를 살해하기 위해서 2000파운드(약 907kg) 폭탄 8발을 사용했다.

NYT는 이스라엘군 공개 영상을 분석해 공격에는 8대의 F-15I 전투기가 투입됐는데, 이들은 미국에서 생산된 공중투하 폭탄인 BLU-109 벙커버스터를 포함해 최소 15발의 2000파운드 폭탄을 갖추고 있었다. 또 폭탄에는 정밀 유도 시스템인 JDAM용 키트(kit)가 장착돼 있었다.

뉴스1

28일 (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이란 인들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사망에 분노해 구호를 외치며 반 이스라엘 시위를 하고 있다. 2024.09.2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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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2명의 이스라엘 군 관계자를 인용해 나스랄라 제거에는 80여 발의 폭탄이 사용됐고, 작전 시간은 몇분(several minutes)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스라엘 군 관리 3명을 인용해 나스랄에 대한 공습 결정은 최근 며칠 동안에 이뤄졌는데, 기회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미국에는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미국의 한 관리는 NYT에 미 정부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출격해 작전이 돌입한 이후에 공습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공습 계획을 논의하고 있을 때 미국은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이 성실하게 일시 휴전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나스랄라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자, 미국은 속았다(misled)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WSJ은 나스랄라의 사망으로, 미국이 테러 집단으로 지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비국가 행위자'인 헤즈볼라의 수뇌부에서 공백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일은 "변화적(transformative)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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