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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자신감 내비친 박기덕 사장 "서서히 동 트고 있다"…반격 의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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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에 맞설 수 있는 힘과 지혜 갖출 수 있게 돼

영풍-MBK 국가기간산업 상품 취급, 틈만 나면 매각 언급"

아시아투데이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앞줄 가운데)과 고려아연 임직원들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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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안소연 기자 =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두고 두 번째 입장문을 냈다. 박기덕 사장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핵심소재 및 원자재 공급망을 지키는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면서 "(영풍-MBK 측에) 맞설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침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동이 트고 있다. 고려아연이 왜 세계 1위 기업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 그 저력을 보여줄 때"라면서 반격을 내포하는 듯한 메시지를 알렸다. 업계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이르면 30일 대항 공개매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 회장 측은 추석 연휴부터 우군 확보에 해외를 넘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고려아연은 박 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사 임직원 여러분. 또 고려아연을 응원하고 격려해 주신 주주분들과 울산 시민, 그리고 국가기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주신 정치권과 언론인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투기적 사모펀드 MBK와 영풍이 지난 13일 기습적으로 감행한 적대적 M&A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면서 "다행히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많은 분의 도움과 조언에 힘입어 저들에 맞설 수 있는 힘과 지혜를 갖출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박 사장은 "지난 10여 일은 고려아연과 저를 비롯한 구성원들에게 있어 짧고도 참 긴 시간이었다"면서 "어둠의 기운은 점차 사라지고 아침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동이 트고 있다. 이제, 그들이 쉬운 먹잇감과 재물로 생각했던 고려아연이 왜 세계 1위 기업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 그 저력을 보여줄 때"라고 전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과 MBK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박 사장은 "이들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한 뒤 기회만 되면 고려아연을 매각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면서 "시기까지 특정해 7~8년 뒤 고려아연을 시장에 내놓겠다며 국가기간산업을 상품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틈만 나면 매각을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사업전문성, 경영능력이 필요한 미래 사업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하고, 여기에 배당금을 2만5000원까지 올리겠다며 온갖 감언이설로 투자자와 시장, 그리고 언론과 국민을 속이고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고려아연을 비판하며 지금도 재무건전성과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주장을 하면서 배당과 투자를 더 늘리겠다는 이른바 '돈을 물 쓰듯'하겠다는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배당금은 '장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말을 뒤집는 등 투자자들과 언론, 그리고 국민을 기망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의 사업에 대한 이해나 관심, 비전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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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을 열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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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과 MBK 측이 고려아연을 비판한 점 중 하나인 이그니오 투자 건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반박했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의 사업에 대한 MBK와 영풍의 몰이해 수준은 심각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이그니오에 대한 저들의 공격"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 언급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현재 연간 4만 톤의 동 생산 능력을 100% 리사이클 원료를 사용해 연간 15만 톤으로 증산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30년간의 건식로 운전 노하우를 집약한 1차 건식 동 제련 투자를 1420억원 규모로 집행하고 있다. 2028년 모든 투자가 완료되고 연간 15만 톤의 동제품과 부산물인 은, 금, 팔라듐 등 생산 시 그로 인한 추가 매출은 약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용도를 다한 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사업인 만큼 원료 수급의 불안정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일찍부터 전자폐기물 관련 기업 인수를 검토해 왔고, 2022년 세계 최대의 전자전기폐기물 발생국인 미국과 프랑스에 소재한 이그니오를 인수함으로써 각국 정부 ESG 규제 강화 및 중국의 공격적인 동 스크랩 확보 등 심화하는 경쟁에서 현지화를 통한 원료의 안정적 수급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그니오는 EBITDA 수준을 감안한 전체 프로젝트의 기업가치(EV)는 전체 인수 금액인 5800억원의 투자가치를 상회하며, 실제 5800억원 중 2000억 원은 인수 후 이그니오의 운영자금과 향후 투자자금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이그니오를 통해 고려아연은 전기전자폐기물 등의 동 스크랩의 안정적인 확보뿐 아니라 신사업 확대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MBK 측이 고려아연을 장악하면 핵심 자산은 물론 미래 투자를 위한 자산까지 무차별적으로 훼손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마지막으로 "저들이 고려아연 매각을 꿈꾸며 계산기를 두드릴 때, 고려아연의 노동자들은 쉼 없이 산업의 필수 원자재를 생산해 왔다. 저희 고려아연은 지난 50년간 걸어온 길과 같이 앞으로도 국가 산업 발전과 미래 산업에 일조하겠다는 '사업보국'의 정신으로 굳건하게 우리의 길을 가겠다"고 입장문을 마쳤다.

한편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오는 10월 4일까지다. 최 회장 측은 이르면 30일 대항 공개매수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MBK 측이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했기 때문에 최 회장 측은 최소 이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80만원, 90만원까지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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