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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마세라티 뺑소니' 피해자 父 눈물 "고생만 하던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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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차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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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마세라티 음주운전 뺑소니'로 숨진 피해자 20대 여성이 물류센터에서 포장일을 하며 부모에게 매달 30만원씩 용돈을 드렸다는 사연이 전해지면서 가해자에 대한 엄벌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연합뉴스는 피해자의 아버지 강모씨가 말하는 딸의 생전 모습을 전했다. 강씨는 26일 딸의 발인을 지냈다.

고인은 가정 형편이 어렵지 않았지만, 성인이 된 직후부터 자립을 위해 일자리를 구했다고 한다. 광주 지역의 물류센터에서 2년 전부터 배송 물품을 포장하는 일을 해왔다. 부모에게 매달 30만원 용돈을 드렸고, 부모는 딸이 준 돈을 차곡차곡 모아뒀다.

강씨는 "꼬깃꼬깃한 현금이 들어있는 돈 봉투만 보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던 딸 생각이 밀려온다"며 "핏덩이 같은 딸의 돈을 어찌 부모가 함부로 쓸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새어 나오는 울음을 멈추려고 헛기침을 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부모한테 손 안 벌리려고 고생만 하던 딸이었다"고 애끊는 부정을 보였다.

이어 "작년에 저의 환갑잔치를 못 했는데, 올해 보름 남은 제 생일 때 잔치하자는 딸이 그립기만 하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부모 남겨두고 세상을 먼저 떠났는지"라고 울먹이며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도 모자라 도주까지 한 운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 음주운전 피해자는 우리 딸이 마지막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 24일 새벽 2시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변을 당했다. 늦은 밤 배달 기사로 일하는 남자친구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있었고, 광주 서구 왕복 8차선 도로에서 마세라티 차량에 치였다. 사고 현장 CCTV에는 마세라티 운전자 30대 남성 A씨가 지인 관계인 B씨의 차량과 신호를 위반하며 도심을 질주하는 상황이 담겼다. 마세라티가 피해자가 탄 오토바이를 들이받자, A씨는 B씨 차량으로 옮겨 타고 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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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광주 마세라티 음주 뺑소니'를 낸 A씨의 도주를 도운 고교 동창 B씨(흰 티)가 구속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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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대전, 인천, 서울 등을 계속 옮겨 다녔다. 특히 해외도피를 위해 인천공항에 가서 항공편 예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경찰은 기동대 30명을 투입해 추적했고 도주 67시간 만에 서울 강남에서 A씨를 체포했다. 그는 호텔에 머물며 그의 도피를 돕던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는 길이었다.

A씨는 "사고를 낸 사실을 알았지만 겁이 나서 달아났다"며 "술을 마신 게 맞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28일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도피 중 대포폰을 사용했고 마세라티 차량은 법인 명의였다. 주거주지가 태국이고 주민등록등본상 주소는 광주 북구의 행정복지센터로 돼 있다. 경찰은 A씨의 입국 경위와 다른 범죄가 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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