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이슈 국방과 무기

"우크라 미사일 사용 허용해도 전황 변화 의문"… 미국서도 냉대받은 젤렌스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NYT "허용 시 러시아가 서방에 보복할 위험↑"
"미국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미 양원 지도부, 젤렌스키 회동 후 성명 안 내
한국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미래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공격용 서방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가한다 해도 근본적 전황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미국 정보기관 평가가 보도됐다. 오히려 러시아가 서방을 겨냥해 강력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함께였다.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뜨거운 환호에 휩싸였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냉대만 받는 양상이다.

"서방 무기로 러 본토 타격해도 효과 제한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미 당국자들을 인용, "미 정보기관들이 우크라이나에 '서방이 공급한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활용해도 된다'고 허용할 경우 전황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더 강력한 보복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등 서방산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게 해 달라고 촉구해 왔다.

NYT에 따르면 미 정보기관들은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장거리 미사일 수가 제한됐고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이 추가로 제공할 무기량도 불확실하다는 점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게다가 러시아가 지휘소, 탄약고, 헬리콥터, 함대 등 주요 시설과 무기를 미사일 사정거리 밖으로 옮겨뒀을 가능성도 있어 타격을 거의 주지 못할 가능성도 컸다.
한국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모스크바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 서방 군사기지에 공격 가할 수도"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할 경우 오히려 러시아의 치명적 보복만 유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NYT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들은 러시아 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이 미국과 유럽의 군사기지에 강력한 공격까지 감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자국 핵 교리 개정을 공언, 비(非)핵보유국가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지원국도 핵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할 경우에 대비한 경고 메시지였던 셈이다.

이러한 미 정보기관의 평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왜 그동안 러시아 본토 타격을 승인하기 어려워했는지를 설명한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또 "현재 행정부 내에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거절해야 한다'는 내부 압력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6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젤렌스키, 전쟁 장기화로 미국 내 영향력 줄어"


지금까지 미국에 줄곧 도움을 요청해 온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내 영향력은 이전보다 떨어진 모양새다. NYT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국 내에서 이전보다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개월 만인 2022년 12월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찾았을 때 연설 직후 기립박수와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방미에서는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다음 날인 26일 의사당을 찾았지만 상·하원이 선거를 위해 휴회한 탓에 참석률이 저조했다고 NYT는 전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모두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지지용 성명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