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7 (금)

[美 금리 인하 파장 Part①] 美 연준 30개월 만의 피벗…기준금리 0.5% 인하 시장 영향, 대출금리 소폭 하락…수출 상승효과 전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9월 18일(현지 시각)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금리를 높여놓은 연준은 지난해 7월 부터 이 수준에서 1년 넘게 동결해오다가 단행한 정책 전환(피벗)의 시작은 빅컷(기준금리 0.5% 인하)이었다.

그동안 시장 안팎의 높아지는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인 2%로 낮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피벗을 미뤄왔다. 그러나 이번 빅컷을 시작으로 금융통화정책을 완화하는 쪽으로 공식 전환했음을 선언한 셈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4.75∼5.00%로 0.50%포인트 낮춘 후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적절한 정책 입장의 재조정을 통해 완만한 성장과 2%로 지속해 둔화하는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노동시장의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우리의 자신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라고 밝혔다.

연준의 걱정이 인플레이션보다는 노동시장 약화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서는 동안 우리는 기다렸고,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해 둔화한다는 확신을 얻는 형태로 우리의 인내가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예상외로 큰 금리 인하 폭을 단행한 이유를 밝혔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 “0.5%가 새로운 규칙 아냐!”
파월 의장은 다만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을 ‘새로운 속도(new pace)’로 봐선 안 된다며 시장의 과도한 추가 인하 기대엔 선을 그었다.

직전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열렸던 7월만 해도 파월은 빅컷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자기 말을 뒤집는 결정을 한 것에 관한 질문에 대해 그는 추가된 경제지표들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7월 회의 이후) 7월 및 8월 고용 보고서가 나왔고, 2건의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나왔다”라며 “우리는 이들 지표를 모두 취합해 (FOMC를 앞둔) 묵언 기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고, 이번 (빅컷) 결정이 우리가 봉사하는 국민과 미 경제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결론지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금리 인하 속도 전망에 관한 질문에는 “향후 나오는 지표와 경제 전망의 전개, 물가와 고용 간의 위험과 균형에 근거해 매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더 느리게 갈 수도 있다”라며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또한 파월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나 2020년 팬데믹 직후와 같은 ‘제로(0) 금리’ 정책이 재시행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제로 금리로의 복귀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개인 소견으론 우리가 그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 모두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라며 “아마도 중립 금리가 과거보다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느낀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중립 금리는 인플레이션을 가속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침체하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실질 금리 수준을 일컫는다.

한편 파월은 오는 11월 다가오는 미 대선이 이날 금리 인하 결정을 포함해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단행된 빅컷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연준에 있으면서 맞는 네 번째 대선”이라고 운을 띄운 뒤 “정치적 결정을 한번 시작한다면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알지 못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연준 위원들은 이날 공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 목표치를 4.4%, 2025년도 연준 금리 목표치를 3.4%로 제시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방향 전환
연준이 이번에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물가와 경제성장은 서로 배치되는 성향을 갖고 있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성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금리를 너무 내리면 물가가 뛰게 된다. 연준은 물론이고 각국 중앙은행은 이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기와 상황에 맞는 금리정책을 펴게 된다. 그간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나왔다. 올해 7월에 연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하자 며칠 뒤인 8월 5일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1987년의 ‘블랙먼데이’가 다시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주가 폭락 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6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00%, 나스닥 지수는 -3.43%를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의 경우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었다. 이후 증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지만 한 달만인 9월 초에 다시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다. 우려가 확산하자 연준이 7월에 과감히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이른바 ‘실기(失期)론’이 제기된 것이다.

▶ 빅컷 반대한 유일한 연준 위원

미셸 보먼 이사는 이번 금리 인하 결정에 이례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놨다. FOMC 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연준 인사 12명 가운데 유일하게 50bp 인하 방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25bp 인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너무 이르게 승리선언을 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보먼 이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큰 정책 행보는 물가 안정 목표에 대한 성급한 승리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립적인 정책 기조를 향해 신중한(measured) 속도로 움직이는 게 인플레이션을 2% 목표 수준으로 낮추는 데 추가적인 진전을 보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보먼 이사는 연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구성원 가운데 가장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으로 꼽히는 인사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8월 초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8월에는 FOMC 정례회의가 없지만, 비상 회의라도 열어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금리를 0.25%포인트만 내려서는 하강하는 경기를 살리기 부족하니 0.5%포인트를 내리는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까지 이어졌다.

올해 2차례 더 인하 가능
연준의 ‘빅컷’ 결정 이후 투자 기관별 올해 추가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1월과 12월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추가적인 빅컷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과 다시 0.25%로 돌아갈 것이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내 0.75%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는 등 전체적으로 연준 전망보다 금리가 더 공격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이에 따르면 최소 1회 추가적인 빅컷이 가능하다는 예상이다.

이번 연준의 결정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가 된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월에도 빅컷을 예상한다. 다만 그는 11월 금리 인하 폭은 노동시장 상황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 boa는 연준이 연내 75bp, 내년에 125bp를 추가 인하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봤다.

시티그룹도 11월 50bp와 12월 25bp 등 연내 75bp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 내년 25bp씩 여러 차례 추가 인하를 거쳐 최종 금리 상단이 3.25%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반해 25bp 인하로 돌아갈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은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6차례에 걸쳐 금리가 25bp씩 연속적으로 더 오래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이를 통해 금리 상단을 최종적으로 3.5%에 맞추려 한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도 연준이 연내 2차례 및 내년 상반기 4차례 등 내년 중반까지 25bp씩 연속적으로 내릴 것으로 봤다. 바클리는 연내 25bp씩 2차례 추가 인하에 이어 내년에 3차례 더 25bp씩을 내려 최종 금리 상단이 3.7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시중은행 대출 금리 하락
한편 미국 빅컷의 단행 결과 은행권 대출 금리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9월 2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주기형·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850∼5.633% 수준이다. 8월 30일(연 3.850∼5.736%)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이 0.103%포인트(p) 내린 수치다.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4.500∼6.471%)도 하단이 0.09%p, 상단이 0.07%p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린 것은 지표금리가 하락했던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변동금리 지표인 신규 코픽스(COFIX)는 3.42%에서 3.36%로 0.06%P 떨어졌다. 혼합형 금리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3.291%에서 3.187%로 0.104%P 내렸다.

다만 은행권이 가계대출 증가세 조절을 위해 인위적으로 대출 금리를 끌어올린 탓에 혼합형 금리 하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 하락을 반영해 같은 기간 연 3.990∼5.990%에서 연 3.890∼5.890%로 상·하단이 0.1%P씩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수출에는 청신호?
매일경제

코스피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감 등 영향으로 상승 출발한 9월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피벗 움직임이 한국의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9월 22일 ‘미국 정책금리 인하의 우리나라 수출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정책금리가 1%포인트 인하되면 한국의 세계 수출이 0.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정책금리, 세계 수입 수요, 국제 유가, 원화의 실질 실효 환율을 주요 변수로 한 실증 분석을 한 결과, 미국의 금리 인하가 세계 수입 수요 확대를 통해 한국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예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책금리 인하로 나타나는 수출 상승효과는 금리 인하 2개월 후부터 가시화돼 최장 6개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금리 인하 후 나타날 수 있는 원화 강세 현상이 한국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이다. 또한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강달러 추세는 다소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협회는 “9월 FOMC 이후 글로벌 기관들이 내놓은 분기별 원/달러 환율 흐름도 완만한 내림세를 거쳐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달러당 1300원을 밑돌 전망”이라고 전했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이번 미국의 금리 인하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수단이 아니라 고금리 시대를 마무리하는 점진적 금리 정상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남은 FOMC 일정을 포함해 지정학적 돌발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기업들도 연말까지 수출 환경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9호 (2024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