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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중국산 배추 푼다지만 대형업체·가정서 "안 먹어요"···10월에도 '金치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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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값 쇼크에 포장김치도 품절

내달 첫 주부터 유통사 등에 공급

소비자 '국산' 선호도 높아 근심

가을배추 수확까지 품귀 이어질듯

유통사-농가 직거래 확대 거론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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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배추 가격을 잡기 위해 대량 수입한 중국산 신선 배추를 다음 달 첫 주부터 시중에 푼다. 그러나 대기업 계열 김치 제조사와 대형마트, e커머스 등 주요 수요처는 중국산에 거부감을 지닌 소비자를 의식해 외면하고 있다. 결국 10월 하순 국산 가을배추가 나올 때까지 금값 배추 사태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상기후로 인해 농수산품의 소비자 가격이 급등하자 수십 년째 누적된 유통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법은 산지에서 직접 대형 유통망과 거래하는 것이지만 영농·어가의 영세화·노령화로 중간 유통망 의존도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2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중국에서 수입한 배추 초도 물량 16톤은 위생 검사와 검역 절차를 거친 뒤 다음 달 첫 주부터 전국 김치 업체, 식자재 업체들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소매시장에는 중국산 배추를 풀지 않을 예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배추를 대량 수입한 것은 2010년(162톤), 2011년(1811톤), 2012년(659톤), 2022년(1507톤)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유통·식품 업계에서는 이번 물량이 대부분 중소 식품 제조 업체나 일부 식당에서 소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국산 배추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대형 김치 제조 업체들은 국산 배추가 없어 품절 사태를 겪으면서도 중국산 배추에 손댈 수 없다고 전했다.

대상 종가집은 이날 기준으로 자사몰에서 판매하던 16개 배추김치 품목 중 14개가 일시 품절됐고 CJ제일제당 비비고 역시 28개 중 17개 품목은 살 수 없다. 대상은 자사몰보다 수요가 많은 대형마트 등 유통망에 우선 물량을 투입했고 대체품으로 열무김치나 총각김치·깍두기 등의 생산을 늘렸다.

대상 관계자는 “국산 배추 물량 자체가 적은 데다가 여름은 포장 김치 성수기”라면서 “배추를 잘라서 만드는 맛김치가 아닌 포기김치는 배추가 온전하고 품질이 기준 이상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산 배추를 계약재배해 김치로 판매해왔기 때문에 중국산 배추를 쓸 수는 없다”면서 “10월 중순 국산 가을배추가 나오기 전에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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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의 최적 생육온도는 16~18도이고 이맘때 배추 품귀 현상이 발생하는 빈도가 늘기 때문에 대형 김치 제조 업체들은 올해 배추 품귀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반면 정부는 9월에는 배추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정부에서는 8월 8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을 시작으로 31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8월에만 총 4차례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를 연이어 방문했다. 안반데기는 고랭지배추 핵심 산지 중 한 곳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농민들을 만나 들어본 결과 폭염 등 애로가 있었지만 다행히 현재 작황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고 올렸다.

하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산 배추는 상품 기준으로 포기당 지난달 30일 6455원에서 이달 27일 9963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정부는 이달 초 중국산 배추 수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중국산 배추 수입을 우려한 일부 농민들의 말만 듣고 전체적인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실패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만 단기간 배추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정부가 배추 수입 물량을 섣불리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산 수요가 적은 데다 10월 중하순부터 가을배추가 쏟아지면 중국산 배추와 맞물려 폭락 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이상기후로 인한 농수산물 수급 문제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통망 개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은 크게 ‘생산자-산지 유통-도매 유통-소매 유통’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그러나 산지 유통 과정에도 생산자에게서 경매장까지 운송하는 도매업자, 경매에서 낙찰을 받아 다시 도매상에게 전달하는 도매업자 등 세부 단계가 더 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대형 거래처인 대형마트와 새롭게 떠오른 e커머스나 식자재 유통사와 직거래를 늘리자는 대안도 거론된다. 이들은 현재 70% 이상을 산지에서 직접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대형 업체들은 대량으로 규격화되면서 각종 식품 안전 인증을 거친 농수산물만 원하기 때문에 영세한 농가에서 맞추기 어렵다.

e커머스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규정은 식품으로 인한 대규모 식중독 사태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서 “직매입하는 대형 유통망은 판매되는 농수산식품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기 때문에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세종=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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