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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셰플러 퍼트 안 보고 다음 홀로 간 김주형 “경기에 집중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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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츠컵 첫날 미국팀이 세계연합팀(유럽 제외)에 5대0 완승을 거뒀다.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와 대결한 김주형(22)과 임성재(26)는 상대가 퍼트하기 전에 먼저 다음 홀로 이동해 매너 논란이 불거지는 등 미국팀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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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연합팀 김주형(가운데)-임성재(왼쪽)가 27일(한국 시각) 캐나다 로열 몬트리올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4 프레지던츠컵 첫날 포볼 매치를 마치고 미국팀 스코티 셰플러와 인사하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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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이하 한국 시각) 캐나다 로열 몬트리올 골프클럽(파70·7413야드)에서 막을 올린 대회 포볼(한 팀 2명이 각자의 공으로 경기해 더 좋은 성적을 홀마다 반영) 경기에서 김주형-임성재는 셰플러-러셀 헨리(35)에 2홀 남기고 3홀 차로 졌다. 이 경기는 이날 열린 다섯 경기 중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2년 전 프레지던츠컵에서 에너지 넘치는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맹활약을 펼친 김주형에 대해 기대가 컸다. 김주형과 셰플러는 평소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이날 김주형의 첫 버디는 미국팀에 2홀 차로 뒤지고 있던 7번홀(파3·144야드)에서 나왔다. 8.4m 버디 퍼트에 성공한 김주형은 “가자!”라고 외치면서 주먹을 흔들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곧바로 셰플러가 8.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응수했다. 셰플러는 평소 감정 표현이 많지 않지만, 자신의 퍼트가 들어가자 김주형을 향해 “방금 뭐라고 했지?”라고 크게 소리쳤다. 김주형은 미소를 지었다.

다음 홀인 8번홀(파4·422야드)에서 김주형은 다시 한 번 긴 버디 퍼트(7.3m)를 집어넣고는 셰플러 등 뒤에서 큰 소리로 포효했다. 퍼팅 라인을 읽으려고 홀 가까이 갔던 셰플러는 홀에서 김주형의 공을 꺼내 뒤돌아보지 않은 채 김주형에게 건넸다. 그 뒤 김주형과 임성재는 셰플러가 퍼트하는 모습을 보지 않고 60야드쯤 떨어진 9번홀 티박스로 먼저 이동했다. 셰플러는 그 퍼트를 놓쳤는데, 퍼트할 때 김주형과 임성재가 이미 그린을 떠난 사실은 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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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한국 시각) 캐나다 로열 몬트리올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4 프레지던츠컵 첫날 포볼 매치 7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넣은 미국팀 스코티 셰플러(왼쪽)./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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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해설하던 2014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남자 골프 대항전) 유럽팀 단장 폴 맥긴리(58·아일랜드)는 “나쁜 행동에 가깝다.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알지만 재미와 게임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코스 안에서 상황을 지켜본 미 골프채널 리포터는 “(세계연합팀 부단장) 카밀로 비예가스(42·콜롬비아)가 부추긴 것처럼 보였다. 그(비예가스)가 ‘가자’고 말했고 그들(김주형·임성재)이 그쪽으로 걸어갔다”고 했다. 이 상황을 두고 비예가스 세계연합팀 부단장과 케빈 키스너(40) 미국팀 부단장이 “왜 그렇게 예민하게 나오냐” “원칙대로 한다”면서 서로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9번홀부터는 김주형과 셰플러 둘 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뒤 김주형은 8번홀 그린을 빨리 떠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김주형·임성재)는 그저 우리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퍼트에 성공했고, 셰플러가 퍼트에 성공하든 아니든 영향이 없었다. 거기 머물면서 셰플러가 퍼트하는 것을 볼 이유가 없었다. 그것은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셰플러는 “우리는 경기가 끝난 뒤엔 친구이고, 경기 중에는 친구가 아니다”라며 크게 문제 삼지 않았고, 미국팀 잰더 쇼플리(31)는 “내가 볼 땐 곰(셰플러)을 건드린 것 같다”고 했다. 골프다이제스트 등 미국 골프 미디어는 미국팀의 일방적 우세로 흥미 요소가 떨어진 프레지던츠컵에 “김주형은 간절히 필요했던 영웅이자 빌런”이란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프레지던츠컵 역대 전적은 미국이 12승 1무 1패, 최근 9연승으로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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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연합팀 김주형(왼쪽)이 27일(한국 시각) 캐나다 로열 몬트리올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4 프레지던츠컵 첫날 포볼 매치에서 7번홀 버디 퍼트를 넣은 뒤 같은 팀 임성재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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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이슨 데이(37·호주)와 함께 나선 안병훈은 미국 쇼플리-토니 피나우(35)에 1홀 차로 졌다. 호주 이민우(26)-애덤 스콧(44)과 크리스티안 베주이덴하우트(30·남아공)-테일러 펜드리스(33·캐나다)도 각각 미국팀 콜린 모리카와(27)-사히스 시갈라(27), 키건 브래들리(38)-윈덤 클라크(31)에 1홀 차로 패배했다. 코리 코너스(32·캐나다)-마쓰야마 히데키(32·일본)는 미국 샘 번스(28)-패트릭 캔틀레이(32)에 1홀 남기고 2홀 차로 졌다. 미국팀이 첫날 완승을 거둔 것은 1994·2000년에 이어 대회 역사상 3번째다.

대회 둘째 날에는 포섬(한 팀 2명이 공 1개를 번갈아 치는 방식) 5경기가 치러진다. 28일 오전 2시5분 임성재-히데키와 미국 캔틀레이-쇼플리, 오전 2시19분 스콧-펜드리스와 미국 시갈라-모리카와가 출발한다. 오전 2시33분 데이-베주이덴하우트와 미국 맥스 호마(34)-브라이언 하먼(37), 오전 2시47분 코너스-매켄지 휴스(34·캐나다)와 미국 클라크-피나우, 오전 3시1분 안병훈-김시우(29)와 미국 셰플러-헨리가 경기를 시작한다. 세계연합팀 김주형과 이민우, 미국팀 브래들리와 번스는 둘째 날 쉬어 간다. 대회 셋째 날에는 포볼과 포섬 각각 4경기, 마지막 날에는 싱글 매치 12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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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연합팀 안병훈이 27일(한국 시각) 캐나다 로열 몬트리올 골프클럽에서 개막한 2024 프레지던츠컵 첫날 포볼 매치에 나서 1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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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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