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주담대 증가액·서울 아파트 거래량·매물 물량 등 세 가지 지표 감소
한은, ‘2024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금리 0.25% 내리면 서울 집값 0.83% 상승"
▲ 한강변 아파트 전경. 사진 = 한국금융신문 |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2021년 폭등기 수준으로 치솟자 정부는 스트레스DSR을 비롯한 가계대출 규제에 뒤늦게 나섰다.
9월 2단계 스트레스DSR 시행 이후 한국부동산원 기준 아파트값 매매가격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자, 국토부는 “집값 폭등의 정점이 끝났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금리를 내리면 집값 상승 속도가 다시 빨라질 것”이라며 상반된 전망을 하면서, 정부 부처 간에도 집값을 바라보는 시각이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와 주택산업연구원이 서울 동작구의 전문건설회관에서 개최한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 참여한 한성수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뜨거운 여름은 지난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 주간 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은 이달 들어 0.23%(9월 9일)→0.16%(9월 16일)→0.12%(9월 26일)로 둔화하고 있다.
국토부 측이 제시한 근거는 주택 거래량과 주택담보대출 잔액, 매물 물량 등 세 가지였다.
먼저 8월 거래량은 전월보다 20% 감소했는데, 9월 들어 감소 폭이 더 커졌으며 주간 단위로는 거래량이 1천건 이하로 떨어졌다. 또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증가액은 둔화하고 있으며, 서울 아파트가 7월 9600건, 8월 7900건 거래됐음에도 매물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 과장은 "안심할 수는 없지만 세 가지 지표를 봤을 때 8월 정점보다는 내려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장 공인중개사들도 9월 들어 문의와 거래 성사 건수가 줄었다고 말한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상반기 서울 집값이 오른 이유에 대해 "금리와 주택시장에 유입되는 유동성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대출 기관들의 대출 태도가 경직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당분간 가격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러면서 "대출 규제로 눌러놓은 것이 몇 개월간은 지속될 수 있겠으나 이를 언제까지 막아 놓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도 발언했다.
문제는 역시 ‘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기준금리를 0.5%p 내리는 ‘빅 컷’을 단행했다. 미국 금리에 영향을 깊게 받는 우리나라 역시 10월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망이 우세해진 상태다.
그러나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 후 발표한 ‘2024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가 집값 재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전했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하락하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1년 후 0.43%포인트 올랐다. 특히 서울은 0.83%포인트 올라 전국 평균보다 상승폭이 2배가량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서 한은은 “금리 인하기에는 그간 증가해 왔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완화하고 취약 대출자의 연체율 하락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면서도 “주택 가격 상승, 가계 부채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앞으로 나올 지표를 보면서 판단해야 하는데 10월이 될 수도, 11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 또한 “이달 들어 주택 가격 상승세와 가계 부채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면서도 “완전한 추세 전환인지 확실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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