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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경찰 조작에 ‘살인자’ 누명 전직 프로복서…44년 만에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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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80년 일가족 살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26일 재심을 거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하카마다 이와오씨.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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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일가족 살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일본 전직 프로복서 하카마다 이와오가 첫 판결 뒤 44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올해 88살인 하카마다는 경찰의 조작된 수사로 ‘살인자’라는 누명 속에 인생 절반을 살아야 했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6일 시즈오카현 지방법원이 1960년대 시즈오카 일가족 4명 살해 혐의로 1980년 사형 판결이 확정됐던 하카마다가 44년 만에 재심 재판부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한 세 건의 증거 조작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사건 발생 58년 만에 하카마다의 무죄가 확정된다. 일본에서 사형이 확정된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로 뒤바뀐 것은 2차대전 패전 후 다섯 번째다. 앞서 사형이 번복된 4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무죄가 확정됐다.



사건은 1966년 6월 30일 일어났다. 당시 시미즈시에서 한 된장 제조 회사 간부의 자택에 화재가 일어나면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회사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전직 프로 복서 하카마다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어 현장 인근에서 하카마다의 혈흔 다섯 점이 묻은 의류가 발견됐다며 그를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언론들은 이를 “ 과학수사의 전형”이라거나 “과학과 발로 이뤄낸 승리”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당시 수사 기관에서 일했던 한 전직 경찰은 아사히신문에 “자백 제일주의가 남아 있었었던 시절이었고, 그때만 해도 증거 제일주의가 들어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에 체포된 뒤 범행을 자백했던 하카마타는 재판이 시작되자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했다. 1968년 시즈오카 1심 법원이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1980년 최고재판소(대법원)가 결국 사형을 확정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 조사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발견됐고, 하카마다는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지난한 법정 싸움은 재심 신청과 폐기 결정이 거듭되다가 2014년 재심 결정이 내려졌고, 검찰의 불복 신청에 맞서 다시 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해 3월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이어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과거 재판에서) 하카마다가 범행 당시 입었다고 인정된 ‘5점의 의류’에 관련해 범행과 무관하게 수사기관이 혈흔을 가공한 뒤 (발견 현장이라고 주장했던 곳에) 숨겨놌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수사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하카마타가 자백한 내용을 적은 조서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며 진술을 강요하는 비인도적 취조를 통해 자백을 얻어냈고, 그 안에는 허위 내용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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