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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사설] 2년 새 86조 세수 결손, 부총리 유감 표명으로 끝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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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수 결손이 30조원에 육박할 걸로 예상됐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기업 영업이익이 줄고,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관련 세수가 대폭 줄어든 탓이라고 한다. 기획재정부가 26일 발표한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를 보면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7000억원이다. 당초 예산안 발표 때 세입(367조3000억원)보다 8.1%(29조6000억원) 줄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결손액까지 더하면 2년 새 86조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기재부는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로 각각 법인세와 양도세가 덜 걷힌 것이 주원인이라고 했다.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들어 세수 변동성이 심화했다는 설명도 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 때문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후안무치한 기재부 변명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장기화와 경기 침체를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이 이구동성으로 경고했는데 기재부만 몰랐다는 것인가. 기재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가 좋아진다’고 했다가 ‘예상보다 경제가 나빴다’는 해명을 2년 내내 반복했다. 누적된 세수 결손으로 지방 재정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국세 30조원이 줄면 자동으로 12조원의 지방교부세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든다.

대규모 세수 결손에도 기재부는 세입 예산을 보전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미래세대 부담을 키우고 대외 신인도를 악화시킨다는 이유다. 대신 기금의 여윳돈을 동원하고,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에 돈을 쓰지 않는 방식으로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어느 기금에 얼마의 여윳돈이 있는지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잖아도 경기가 최악인데 정부 지출을 더 줄이면 내수는 어찌 되고, 취약계층 삶은 어떻게 되겠는가. 자영업자 4명 중 3명은 월소득이 100만원에도 못 미치고, 지난해 폐업 신고한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근접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일도 않고 구직 활동도 않는 대졸자가 400만명이 넘는다.

나라살림이 결딴나고 있는데도 기재부는 여전히 부자감세에 골몰하고 있다. 상속·증여세 인하를 올해 세제개편안에 포함시켰고, 주식투자자 1%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창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세수 결손에 대해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에게 묻는다. 기재부의 무능과 무책임, 이로 인해 2년간 발생한 86조원의 세수 결손과 재정 파탄을 이렇게 말로 퉁칠 일인가.

경향신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KFS 코리아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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