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상황 설명회에서 이종렬 부총재보(가운데) 등 한은 관계자들이 기자 설명회를 열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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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벗)이 임박한 가운데 금리 하락으로 금융불균형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올 상반기 집값과 가계대출이 급등하면서 민간의 부채 규모와 금융 취약성 지표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지면 1년 뒤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0.43%포인트 더 높아진다. 특히 서울 지역 상승률은 0.83%포인트 더 높아져 전국 평균의 2배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1년 뒤 가계대출 증가율은 0.15%포인트, 1%포인트 내리면 0.6%포인트씩 각각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9월 셋째 주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전주 대비)을 보면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던 집값 상승세가 점차 서울 다른 지역과 인접한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보고서는 “동일한 (시장) 금리 하락 충격이더라도 고금리보다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더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 상황에서 금리 하락은 주택 매수심리와 가격상승 기대를 키워 가계대출 증가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 집값과 가계대출이 급등하면서 민간 부채 규모와 금융 취약성 지표는 일제히 반등했다. 2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가계+기업)신용 비율은 204.9%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지난해 2분기(209.2%)를 정점으로 올해 1분기(204.4%)까지 계속 하락하다가가 2분기에 0.5%포인트 상승 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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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취약성지수(FVI)도 1분기 30.0에서 2분기 31.5로 올랐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3단계가 실행된다고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내년 2분기엔 39.4, 2년 뒤 2026년 2분기엔 42.5로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지수는 중장기 금융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산가격(부동산·주식·채권), 신용축적(가계·기업·대외), 금융시스템 복원력 등을 반영한다. 높을수록 금융시장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다만 금리가 낮아지면 부실 위험이 있는 ‘취약 부문’의 건전성은 개선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예컨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지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이자 부담은 내년 중 8천억원 줄고 연체율은 1.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피벗에 따른 금융불균형 확대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는 등 조화로운 정책 조합(policy mix)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9월 들어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라면서도 “추석 연휴 효과 등이 있는 만큼 완전한 추세 전환인지 지금 시점에서 확실히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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