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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2028 수능 통합사회·통합과학 문항 공개···“고교학점제 취지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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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교육부가 26일 공개한 2028학년도 수능 통합사회 예시문항. 교육부 제공


올해 중3 학생들이 치를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실시될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 문항이 공개됐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선택과목에 따라 발생하는 점수 유불리를 없애고 융합적인 학습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선택과목별로 내용을 고르게 안배하는지, 난이도 조절에 성공할지가 중요해졌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난이도가 올라갈 경우 학생들이 특정 과목에 쏠리고, 고교학점제 취지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26일 2028학년도 수능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 문항을 발표했다. 지금은 사회·과학탐구 17과목 중 최대 2개를 선택하는데 2028학년도 수능부터 사회·과학탐구 과목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모두 똑같은 문항으로 시험을 보게 된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출제 범위는 고1 때 배우는 통합사회 1·2와 통합과학 1·2다. 고2·고3이 되면 지리, 사회와 문화, 경제, 물리학, 화학 등 과목을 선택해 배우지만 수능에선 고1 때 배운 범위 내에서 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교육부가 공개한 예시 문항은 비교적 평이했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선택과목의 전체 개념을 모두 숙지해야만 풀 수 있도록 설계됐다. 통합사회 예시문항 중 하나를 보면, 인간 중심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가 프랜시스 베이컨과 생태 중심주의 사상가 알도 레오폴드를 보기에 익명으로 각각 제시하고 이 사람들이라면 비무장지대(DMZ) 개발에 대해 어떤 견해를 낼지 물었다. 보기의 내용이 어떤 사상가의 주장인지 구분하고, DMZ가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지역이라는 것을 알아야 풀 수 있다.

지리와 사회문화를 결합한 문제도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와 여행 일지를 보기로 제시하고 선지에는 이슬람교, 건조 문화권, 모스크 건축 양식 등의 특징을 서술한 뒤 옳은 것을 고르도록 했다.

통합과학에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기존 선택과목 개념뿐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 능력도 확인하는 문제가 나왔다. 한 예시문항은 교실 내 기온, 기압, 절대 습도, 이슬점을 측정하는 디지털 센서가 수집한 기상 데이터를 자료로 제시하고 옳은 것을 고르도록 했다. 문항의 소재는 지구과학이지만 수집된 데이터 정보를 나타낸 그래프와 표에서 규칙성을 읽어야만 풀 수 있다.

경향신문

교육부가 26일 공개한 2028학년도 수능 통합과학 예시문항. 교육부 제공


교육부와 평가원은 고1 교육과정에서 벗어나지 않게 출제한다는 입장이지만 고등학교 교사들은 9등급 상대평가 체제에서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난이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해선 심화 개념이 들어간 문항이 출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2·고3 학생들이 특정 선택과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의 진로·적성에 맞게 스스로 원하는 과목을 듣도록 도입된 고교학점제와 충돌한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사회교사는 통화에서 “교육부는 ‘고2·고3 때 굳이 심화 과목을 선택하지 않아도 풀 수 있다’는 안심을 주려고 예시문항을 쉽게 낸 것 같다”며 “하지만 상대평가 체제에서 고난이도 문제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선 다양한 선택과목을 들으려 하기보다 문과는 지리, 경제 등 수능에서 어려운 과목을 들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북의 한 고등학교 과학교사도 “문제를 보니 통합과학 교과서에 기반해 냈다고 하지만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영역별로 세부적으로 다 가르쳐야 할 것 같다”며 “차라리 절대평가로 가든지, 변별력을 포기하고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학생들이 과목별 개념을 얼마만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3 학생들이 수능을 위해 다시 고1 때 배운 통합사회·통합과목을 복습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의 고등학교 사회교사는 “고2·고3 때 일반사회, 역사, 지리, 윤리 관련 선택과목을 배우면 통합사회 문항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물리적으로 4가지 영역을 모두 선택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면 통합사회 문항 준비를 위해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과목은 따로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복수의 교사들은 학교가 고3을 위해 다른 과목을 개설하고 그 시간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가르치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했다.

입시업계도 출제 영역이 얼마나 고를지, 난이도 조절을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통화에서 “특정 선택과목에 치우치게 출제되면 (고2·고3 때)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특정 과목에 치우치지도 말아야 하고 적정한 난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출제하기 꽤 까다로울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 ‘2028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통합사회·통합과학의 문항 수, 배점, 시험시간 등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전체 문항도 함께 공개된다.


☞ 선택과목 없는 통합형 수능·내신 5등급 상대평가···2028 대입개편안 확정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12271100001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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