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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中드라마, 한드 앞섰다”... ‘중국판 넷플’ 아이치이 대표 공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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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상하이에서 25일 열린 아이치이 아이조이웨샹후이 전사 발표회./아이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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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쥐(陸劇·중국 본토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를 앞섰다.”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아이치이(iQIYI)의 궁위 CEO(최고경영자)는 25일 상하이에서 열린 연례 전사 발표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의 월별 구글 검색량 데이터를 보면, 중국 드라마가 최근 한국 드라마를 앞질렀다”면서 “언론에선 한국 드라마의 넷플릭스 진출 성과만 강조하지만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은 다르다”고 했다. 또 IT 전문 시장조사 업체인 AMPD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올해 1분기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 드라마의 인기와 시장 점유율이 한국 드라마를 넘어서며 현지 사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콘텐츠로 등극했다”고 했다.

2010년 설립돼 1억 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아이치이는 넷플릭스·아마존프라임·디즈니플러스·텐센트비디오에 이어 세계 5위 OTT 업체다. 2014년부터 매년 약 200편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고,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를 반반 섞은 기업’이란 슬로건을 걸고 AI(인공지능) 기술 접목에도 적극적이다. 매해 4·9월 전사 발표회를 열고 경영 성과와 미래 전략을 대외에 설명한다.

궁위의 발언은 중국 콘텐츠 산업이 동남아 시장을 발판 삼아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흐름을 보여준다. 실제로 중국 양대 OTT 업체인 아이치이와 텐센트비디오는 동남아에서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를 앞서며 현지 콘텐츠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2019년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서비스 앱을 출시한 아이치이는 이듬해 자체 제작 드라마 ‘은비적각락’, ‘성화14년’ 등을 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에서 흥행시켰다. 넷플릭스에서 동남아 각국 정부와 교섭을 담당했던 임원도 영입했다. 중국의 또 다른 OTT 공룡 텐센트비디오도 말레이시아의 거대 OTT 기업인 아이플릭스를 인수했고, 글로벌 서비스 ‘위TV’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2억건을 돌파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문화 콘텐츠 시장을 전략적으로 장악했다고 분석한다. 한국이 할리우드까지 진출하며 ‘팬시아시안(아시아의 부유 국가 국민)’의 콘텐츠 산업을 선도할 때, 중국은 동남아란 거대 ‘블루오션’을 겨냥한 것이다. 게다가 동남아는 화교 영향력이 큰 지역으로 중국과의 문화적 공감대가 깊고, 넷플릭스 등이 장악한 미국·유럽 시장에 비해 중국 콘텐츠에 우호적이다. 중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 전략에 맞서 경제·정치 분야에서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를 품듯이 문화 산업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제작비가 급상승하고 판권 확보가 어려워진 것도 동남아의 중국 드라마 소비를 늘린 측면이 있다. 베이징의 한 콘텐츠 산업 종사자는 “한국 드라마는 ‘웰메이드’라는 강점이 있지만 중국 드라마에 비해 제작 편수가 현저히 적고, 판권도 비싸기 때문에 동남아에서 소비를 망설이는 ‘사치품’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의균


중국이 콘텐츠 산업에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제작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이치이는 제작 단계의 캐릭터 설정, 기획안 작성, 시나리오 평가·검열, 영상 구성은 물론이고 홍보·마케팅의 문구까지 AI 모델을 이용한다. 궁위는 “이제 AI 모델이 없으면 회사는 전기가 끊긴 것처럼 먹통이 될 것”이라며 “아이치이의 모든 업무에 AI가 침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2022년 말 중국에서 모두가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챗GPT’가 등장했고, 작년 초부터 현재까지 1년 반 만에 세계 콘텐츠 창작에서 AI가 혁신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면서 “이제 AI는 전 세계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한 덕분에 창작자의 의도를 사람보다 더 잘 이해한다”고 했다.

중국 콘텐츠 기업들이 급변하는 자국 드라마 시장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해외 시장 확장의 자양분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에선 기존 1회당 45분짜리 장편부터 미드폼(15∼20분), 숏폼(1분 미만)까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제작이 활발하다. 중국의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내 시장의 포화와 엄격한 검열 등 규제로 인해 중국 OTT 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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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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