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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35년간 급성장 생명공학사 '리제네론'...삼성·미래 ETF 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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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Regeneron Pharmaceuticals)'는 1988년에 설립된 미국 생명공학 회사다. 전통의 제약회사 업력은 100년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리제네론의 업력은 고작 35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리제네론이 주목 받는 이유는 독자적인 기술 플랫폼으로 짧은 시간에 급성장한 덕이다.

리제네론은 신약 개발 매출 외에도 또 다른 수익모델이 있다. 대형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와 기술 이전 제품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로열티'로 받는 독특한 수익 모델이다. 이는 바이오텍 기업의 가장 이상적인 사업구조로 평가 받는다. 요즘에는 흔한 방식이지만 이 분야의 선구자가 바로 리제네론이다.

리제네론은 신약 개발의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인 혁신적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 핵심은 '벨로시수트(VelociSuite)'라는 통합 기술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으로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예를 들면 벨로시수트에 포함된 기술 중 '벨록이뮨(VelocImmune)' 기술은 '유전자 변형 쥐'를 사용해 인간 항체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리제네론은 이런 기술 플랫폼으로 '아일리아(Eylea)'와 '듀피젠트(Dupixent)' 같은 블록버스터 신약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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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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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제네론 성공으로 이끈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리제네론'과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아일리아(Eylea)'는 2011년에 '습성 황반변성(wAMD) 치료제'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당시 리제네론은 상대적으로 작은 생명공학 회사였기에 이 승인은 중대한 성과였다. 리제네론은 '아일리안'의 개발을 위해 수년간 연구와 임상시험에 집중해왔다.

아일리아가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을 당시 이미 노바티스와 로슈가 공동 개발한 '루센티스(Lucentis)'가 점유율 1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일리아는 루센티스와 차별화된 치료 방식을 제공했다.

루센티스는 계속해서 매월 1회씩 투여해야 했지만, 아일리아는 초기 3개월만 매월 1회씩 투여한다. 이후부터는 2개월에 1회로 주사 빈도를 줄일 수 있다. 환자와 의사 입장에서 주사 빈도가 적어지면 치료 부담이 줄고 병원 방문 횟수도 줄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

이에 따라 몇 년 뒤부터 '아일리아'의 매출액이 루센티스의 매출액을 앞지르며 리제네론의 주가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노바티스와 리제네론 간의 마케팅 경쟁은 제약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아일리안'의 2023년 '리제론/바이엘' 합산 매출액은 무려 12조2000억원(94억달러)이다. 전 세계 의약품 매출순위 11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 특허만료 위기 아일리아…소송과 '고용량 아일리아'로 반격

문제는 특허만료다. 아일리아의 주요 물질특허는 미국에서 2024년 5월, 유럽에서 2025년 11월에 각각 만료될 예정이었다. 워낙 인기 있는 약품이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준비하는 제약사들도 많다.

한국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5월에 '아필리부'(미국제품명 : 오퓨비즈)라는 이름의 바이오시밀러를 가장 먼저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셀트리온도 '아이덴젤트'라는 제품명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리제네론은 '아일리아'를 지켜내기 위해 미국에서 다양한 방식의 공격적인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아일리아와 유사한 '바이오시밀러'가 침투하는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전략으로는 기존 아일리아의 성능을 개선한 신약 출시다. 리제네론은 기존용량을 4배로 늘린 고용량 '아일리아 HD' 신약을 개발했다. 이 신약은 2023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아일리아의 표준 용량은 2mg이지만 아일리아HD는 8mg의 고용량으로 처방된다.

기존 아일리아는 최초 3개월만 매월 주사한 후, 이후부터는 두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는다. 반면 고용량 '아일리아 HD'는 주사 간격을 최대 16주(3~4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환자들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되는 셈이다. 고용량임에도 안전성이 기존 아일리아와 유사한 수준인 것도 장점이다.

아일리아는 특허만료 외에도 또 다른 악재가 있다. 바로 경쟁약품의 등장이다. 기존 경쟁약품인 '루센티스'외에 최근 떠오르는 경쟁약품은 로슈의 '바비스모(Vabysmo)'다. 아일리아는 VEGF(혈관 내피 성장 인자) 억제 능력을 갖추고 있다.

◆ 아토피∙천식 치료제 '듀피젠트'도 효자상품

하지만 리제네론에는 '아일리아'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일리아보다 더 많이 팔리는 약이 있다. 바로 '리제네론/사노피'가 공동개발한 아토피∙천식 치료제 듀피젠트다. 듀피젠트의 2023년 '리제네론/사노피' 합산 매출액은 무려 15조원(116억달러)이다.

전 세계 의약품 매출액 순위 6위를 기록한 슈퍼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매출액이 전부 리제네론에게 인식되는 건 아니다. 협업 매출로 간주되는 금액은 약 5조원(38억달러)이다.

또 듀피젠트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으로의 적응증 확장을 통해 상당한 매출 추가를 노리고 있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리제네론의 대표 의약품이다. 시장에서는 듀피젠트의 2030년 예상 매출액을 약 26조원(200억달러)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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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토피 피부염 발병 원인과 치료는

듀피젠트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적응증은 '중증 아토피피부염'이다. 피부의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염증을 동반한다. 일반적인 아토피 피부염보다 더 심한 증상을 보여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은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피부 장벽 단백질인 필라그린(filaggrin)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피부가 외부 자극에 더 쉽게 반응하게 된다.

면역학적 요인으로는 '제2형 면역 반응(Th2)'과 관련된 질환이다. 인터루킨-4(IL-4), 인터루킨-13(IL-13)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조절제)'이 과도하게 분비되며 염증을 유발한다. 면역 반응이 조절되지 않아 증상이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경증 아토피 피부염은 국소 스테로이드와 같은 염증 억제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반면 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생물학적 제제인 '듀피젠트'를 사용해 '인터루킨-4(IL-4)'와 '인터루킨-13(IL-13)' 경로를 차단한다.

이는 기존 치료법에 비해 장기적인 염증 억제 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적다. 듀피젠트의 등장으로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중증 아토피 피부염도 증상 완화와 재발 방지효과가 크게 개선된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듀피젠트 매출액이 매년 급증하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듀피젠트의 인기는 상당하다. 안타깝게도 아토피피부염의 약 85%는 만 5세 이하 때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간 성인과 만 6세 이상의 소아 및 청소년 중증 아토피피부염에만 보험 급여가 적용돼 왔다. 만 5세 이하 영유아 환자는 급여 적용이 안 돼 부모들이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해야 했다.

특히 만 2세 이하 환자는 임상 근거 부족으로 제대로 된 치료제 사용이 어려웠다. 그런데 2024년 8월부터 듀피젠트의 급여 범위가 만 6개월 이상까지로 확대됐다. 한국에서도 영∙유아에 대한 효능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에 따라 요건에 맞는 영유아들은 기존 치료비의 10% 가격으로 듀피젠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 원투펀치만으론 부족…차세대 신약 리브타요 주목

리제네론의 재무제표상 2023년 아일리아 매출액은 7조7000억원(59억달러)로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다행히 듀피젠트 등의 사노피 협업매출은 4조9000억원(38억달러)으로 전년 대비 33% 급증했다. 2023년 전체 영업이익도 5조3000억원(40억달러)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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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최근 발표된 2024년 2분기 실적은 크게 호전됐다. 주력인 아일리아 매출액은 1분기 대비 9% 증가한 2조원(15억달러)을 기록했다. 튜피젠트 등의 사노피 협업매출도 1조5000억원(11억달러)으로 1분기 대비 24%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2분기 영업이익도 13% 급증한 1조7000억원(13억달러)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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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리제네론의 주력 매출 의약품을 살펴보면 원투펀치인 아일리아와 듀피젠트 외에 '리브타요(Libtayo)'가 눈에 띈다. 리브타요는 리제네론과 사노피가 공동개발 중에 권리를 인수한 면역항암제다. PD-1 면역관문억제제로 분류된다. 암세포가 면역 시스템의 공격을 피하는 것을 막아 면역 시스템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제다.

피부 편평세포암종 환자에게 사용되는 최초의 전신치료제로 2018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특정 유형의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와 특정 유형의 자궁경부암 환자로 적응증을 넓혀 나가고 있다.

리브타요의 2023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93% 폭증한 1조1000억원(9억달러)를 기록했다. 2024년 2분기에도 1분기 대비 13% 증가한 4000억원(3억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리제네론의 차세대 신약으로 주목 받는 중이다. 경쟁약품으로는 같은 PD-1 억제제이자 전세계 매출액 1위를 달리고 있는 머크의 '키트루다'가 있다.

◆ 기대되는 신약은 근육감소 부작용 해결한 비만치료제

리제네론은 현재 30여개가 넘는 신약 후보물질들을 임상 시험 중이다. 그 중 가장 기대되는 신약은 새로운 유형의 비만치료제다. 리제네론은 고용량 미오스타틴 항체인 '트레보그루맙'을 이용한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미오스타틴은 근육 성장을 조절하고 근육 발달을 억제하는 중요한 단백질이다. 트레보그루맙은 미오스타틴을 차단함으로써 근육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잠재적으로 지방량을 감소시켜 준다.

따라서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나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가 해결하지 못한 근육 감소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다. 현재 리제네론은 미오스타틴 항체인 트레보그루맙을 세마글루타이드와 병용해 평가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결과는 2025년 하반기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ETF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 ETF에서도 약 3-5% 수준으로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놓은 상태다. 그만큼 리제네론 비만치료제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으로 제약∙바이오 회사 주식이 주목 받고 있다. 리제네론이 현재 임상시험 중인 30여개가 넘는 신약 중 실제 몇 개나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만약 미래에 리제네론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거라 믿는 투자자라면 리제네론 주식에도 관심을 가져 보자.

longin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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