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0.5%p 낮추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달 들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당기면서 일부 매수세가 관망으로 돌아선 가운데 금리 인하로 인한 향후 집값 흐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0월 금리 인하 단행 시 기대심리 자극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가 투자심리에 이미 반영돼 있고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당장 집값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22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미국의 빅컷 이후 한은의 금리 인하 흐름에 따른 부동산 시장 영향에 대해 청취한 결과,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오는 10월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이 매수세를 자극해 그간 관망세를 보인 실수요자들의 시장 참여로 이어지며 집값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최근 서울 주택가격 흐름을 볼 때 정부가 시행하는 스트레스DSR의 효과가 미진하고 8·8 공급대책도 중장기 위주의 정책이기에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금리인하가 본격적으로 단행되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시장에 실수요자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그동안 서울 내에서 상승세가 약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이나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등이 상승세에 합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도 "대출 규제는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들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유지가 될 수 없는 정책"이라며 "금리가 인하되면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다시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이 당장 늘어날 수 없고 시장 내 기대 심리도 여전해서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실수요 선호가 높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을 매수하려던 이들이 금리인하 이후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매수가 가능한 외곽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상승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리가 인하하더라도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된 만큼 금리 인하가 주는 기대보다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시장을 더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미국 금리 인하로 자금 조달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현재 국내 가계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곧바로 부동산 거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시장에 선반영된 상태에서 가계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정책 규제가 수요 상승을 억제하는 등 대출 규제가 금리 인하의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국내 가계부채 급증과 서울 주택가격 급등으로 금융 관련 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가 즉시 대출금리 인하로 연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다고 해도 당장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추가적인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국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보다 정부와 금융권이 추가적인 대출 규제를 내놓을지 여부가 향후 시장 흐름에 더 중요한 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집값을 끌어올리는 이유지만, 최근 정부가 가계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것은 하락 요인"이라며 "금융당국은 9월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 금리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더 높게 적용했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금융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금리 인하 보다는 대출 규제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김윤섭 기자 angks67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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