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18일(현지시각) 부다페스트 총리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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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망명 규정’ 위반으로 유럽사법재판소로부터 벌금 납부 명령을 선고받은 헝가리가 이에 불복하자 유럽연합 지원액 가운데 2억유로(약 2970억원)를 삭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각) “집행위원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상계 절차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대변인은 헝가리에 지급하게 될 유럽연합 예산 가운데 해당 금액을 공제할 예정으로 “이론적으로 모든 지불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교부 장관은 기자 브리핑에서 “친이민 정책을 따르는 유럽연합은 이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정부에 대한 사냥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정상적인 세상에 사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그는 “솅겐(유럽연합 내 국경 검문 철폐 조약)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 국경을 방어하는 것뿐”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독일 경제연구소 보고서 ‘유럽연합 예산은 어디로 가는가’를 보면, 헝가리는 폴란드, 루마니아에 이은 유럽연합 예산 수혜국 3위 국가로 2022년 기준 순수혜금액이 약 44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2020년 유럽연합 일반법원은 헝가리가 망명 신청자들을 불법 구금하고 망명 신청 거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전에 이들을 추방한 것은 유럽연합 규정 위반이라고 보고, 관련 정책을 시정하라고 판결했다. 유럽연합 내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 6월 이 판결을 확정하며 헝가리에 2억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법안을 수정할 때까지 추가로 매일 100만유로(약 15억원)를 부과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전례 없고 매우 심각한 유럽연합법 위반”이라며 유럽연합의 공동 정책 적용을 “무시”하고 “고의로 회피”했다고 밝혔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당시 “터무니없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브뤼셀 관료들에게는 자국민보다 불법 이민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반발했다.
오르반 정부는 2015년 전쟁을 피해 수십만명의 망명 신청자들이 이용하는 환승 경로를 막아서면서 지지율을 높여왔고, 이후 이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7월 유럽연합 순회의장국 대표를 맡게 된 뒤 러시아와 중국 등을 잇따라 찾으며 유럽연합 외교 정책과 관련해서도 엇박자를 내 내부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가 막판 철회한 전력도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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