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루이스 캄포스 단장의 말대로 파리 생제르맹(PSG)이 정말 이강인을 높게 평가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주는 게 마땅하다.
캄포스 단장은 이강인을 비롯한 PSG 공격진의 다른 선수들이 최고의 수준에 있다고 칭찬했지만, 이강인이 이번 시즌 세 경기에서 소화한 시간은 115분이 전부다. 축구가 90분 경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강인은 한 번의 풀타임, 그리고 25분을 더 뛴 셈이다.
미국 'CBS 스포츠'의 벤 제이콥스는 13일(한국시간) PSG가 현 시점 세계 최고의 재능인 스페인의 초신성 라민 야말을 영입하기 위해 야말의 소속팀인 바르셀로나에 2억 유로(약 2950억원) 이상의 이적료를 제안한 게 사실인지 캄포스 단장에게 질문했다고 밝혔다.
PSG의 야말 영입설은 스페인과 프랑스 현지 매체들이 함께 보도했던 내용이다. 야말은 지난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재능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PSG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는 게 유력했던 킬리안 음바페의 장기적인 대체자로 야말을 낙점해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투입하려 한다는 것이 이적설의 골자였다.
하지만 PSG가 아무리 야말을 원한다고 해도 야말의 PSG행은 이뤄지기 힘든 이적이었다.
중동 자본을 바탕으로 막대한 예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PSG지만, 이전부터 PSG는 2024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게 유력했다. PSG가 거액의 이적료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은 이적료를 받고 음바페를 매각하는 것이었는데, 음바페가 자유계약(FA)으로 팀을 떠나게 되면서 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또한 바르셀로나가 야말을 PSG에 내줄 가능성도 제로에 가까웠다. 바르셀로나는 라 마시아 출신인 야말을 '포스트 리오넬 메시'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메시와 마찬가지로 10대 후반의 나이에 벌써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야말과 재계약을 맺고 무려 10억 유로(약 1조 4750억원)라는 비현실적인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프랑스 매체 '르 파리지앵'은 PSG가 음바페를 대체하기 위해 야말을 영입하기로 결정했고, 야말의 에이전트인 축구 이적시장 업계의 큰손 호르헤 멘데스가 캄포스 단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야말이 PSG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포르투갈 매체 '아 볼라'도 PSG가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 앞서 야말을 영입하기 위해 2억 5000만 유로(약 3687억원)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PSG가 야말 영입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분명해 보였다. 야말은 2007년생으로 지금의 재능을 유지한 채 경험치를 먹고 성장한다면 향후 세계 축구계를 이끌 재목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한 선수다. PSG 입장에서는 어린 야말을 일찍이 영입해 그를 성장시켜 오랫동안 기용하고 야말을 팀의 간판 스타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던 음바페와의 포지션은 다르지만, 음바페 역시 야말과 마찬가지로 측면 공격수 위치에서 뛰었다는 점은 비슷하다. 음바페가 PSG에서 그랬던 것처럼 야말 역시 득점에 주력하는 선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복수 매체들의 주장 및 예상과 달리 PSG는 야말에게 관심이 없었다.
캄포스 단장은 'CBS 스포츠'의 제이콥스를 통해 "우리는 포지션마다 두 명 이상의 뛰어난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는 걸 우려한다. 야말이 환상적인 선수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힘든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환상적인 선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캄포스 단장이 언급한 '환상적인 선수들'은 이강인을 포함해 지난해 여름 PSG가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입한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일컫는 것이었다. PSG는 작년 여름 향후 클럽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선수단을 개편했다.
캄포스 단장은 "이강인, 우스만 뎀벨레, 마르코 아센시오, 데지레 두에, 야말 등이 위대한 선수가 아니라고 말하는 건 내 실수다. 구단은 지금 팀에 있는 선수들에게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캄포스 단장이 이강인을 환상적인 선수라고 칭하며 이강인을 높게 평가했지만, 이강인의 이번 시즌 출전 시간을 보면 과연 PSG가 이강인을 팀의 레귤러 멤버로 생각하는지는 의문이다.
이강인은 PSG에 입단한 지난 시즌 초반부터 부상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해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여러 포지션에서 공격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이번 시즌 개막전이었던 르 아브르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전반 3분 만에 선제포를 쏘면서 주전 경쟁의 새로운 막을 올렸다. 최고 평점도 71분을 뛴 이강인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강인의 출전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어진 몽펠리에와의 홈 경기에서는 PSG가 6-0으로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교체로 28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3라운드 LOSC 릴전은 16분만 활약했다.
세 경기에서 이강인이 출전한 시간은 115분이 전부였다. 풀타임은 0회. 프랑스 리그앙에서는 압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PSG가 이강인의 체력을 아끼면서 경기 감각만 유지하도록 한 채 UEFA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대비하는 게 아니라면 이강인을 주전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에도 AC밀란전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중요한 경기가 열릴 때마다 공격적인 교체카드로 활용되고는 했다. 당시 이강인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과 어시스트를 쌓으며 PSG의 승리를 도왔고, 그 덕에 확실한 조커 카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교체 멤버와 주전 선수는 엄연하게 다르다.
PSG가 이강인을 진심으로 높게 평가한다면 이강인의 기용 빈도와 출전 시간을 늘리는 게 합당하다. PSG는 이강인을 영입할 당시 한국 시장을 노리는 마케팅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실제로 이강인의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며 이강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강인을 마케팅용이 아닌 팀의 주요 전력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기회를 더 부여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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