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오르던 서울 집값이 최근 다소 주춤합니다. 매수 심리가 꺾이고, 시장에는 매물이 쌓인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아파트값 급등에 놀란 정부가 대출을 강하게 조인 영향입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강력한 압박을 가한 결과, 시중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아예 대출을 막는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가 여기서 멈출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에는 ‘관치’ 논란이 따라붙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무리할 수밖에 없는 건 집값 상승의 내용과 속도에 위험 요인이 크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가 상반기 서울 부동산 자금조달계획서를 전수 조사한 결과, 영끌 넘어 ‘초영끌’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아파트를 사면서 7억원 넘게 대출받은 경우가 15.6%, 10억원 넘게 빌린 경우도 6.12%였습니다. 집값이 비싼 강남·서초구에서는 10억원 이상 대출 비중이 20%를 넘었습니다. 상당수는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추정입니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바는 여기에 있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대출로 집을 사는 것이 개인 차원을 넘어 한국 경제의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상환부담이 늘면, 소비 여력이 줄어 내수 둔화 요인이 됩니다. 원리금을 제때 못 갚은 사례가 늘면 가계 부채가 새로운 금융 위기의 진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집값은 늘 시민들의 최우선 관심사입니다. 급격한 상승과 하락 모두 큰 폐해를 남깁니다. 민원이나 정치적 이유로 금융 등 관련 규제를 풀거나 조이면 반드시 후폭풍이 생깁니다. 수요에 맞는 꾸준한 공급 정책과 함께, 급격한 가격 변동을 선제적으로 막는 지혜가 꼭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이승녕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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