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에 공들인 JYP, 데이식스 성공으로 잭팟
SM, 재즈, 클래식으로도 장르 확장 나서
지난달 걸그룹 에스파의 곡을 재즈로 편곡한 첫 싱글 '슈퍼노바'로 데뷔한 SM 재즈 트리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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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록, 재즈, 클래식. K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장르들이 K팝 기획사의 품으로 들어오고 있다. 매년 엇비슷한 장르와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 수십 팀이 쏟아지는 가운데 K팝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SM,남성 아이돌 트로트 그룹 내놓는다
일렉트로닉, 힙합, 리듬앤드블루스(R&B) 등을 아우르는 댄스 팝의 첫 번째 대안으로 떠오르는 건 트로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손잡고 5인조 트로트 아이돌 그룹을 선보이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미스터 트롯’ 출신 가수와 K팝 연습생 등으로 구성된다. TV조선은 이들의 데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을 한국과 일본에서 방영한다. SM의 음악 퍼블리싱 자회사 KMR의 이성수 대표는 “SM의 영역 확장”이라며 “K팝과 트로트를 결합해 새롭고 참신한 음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SM의 실험은 ‘미스터 트롯’ 출신 가수들의 활약에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가수 임영웅의 1인 기획사인 물고기뮤직은 지난해 매출액 360억 원을 기록했다. 임영웅은 트로트에 K팝적인 요소를 결합해 가장 K팝에 근접한 트로트 가수로 꼽힌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K팝으로 새롭게 끌어들일 수 있는 팬덤은 한계에 이른 반면, 트로트는 K팝 수요층과 거리가 먼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 기획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SM은 컨템퍼러리 R&B 전문 레이블 크루셜라이즈,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레이블 스크림 레코즈, 클래식과 재즈를 선보이는 SM 클래식스 등 장르 전문 레이블을 속속 설립하며 장르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재즈 피아니스트 요한킴, 베이시스트 황호규, 드러머 김종국으로 구성된 SM 재즈 트리오가 SM 소속 걸그룹 에스파의 히트곡인 ‘슈퍼노바’ 재즈 버전을 발표하며 데뷔하기도 했다.
밴드 데이식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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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1위 오른 데이식스... 이젠 록도 K팝이다
록은 K팝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올랐다. FNC엔터테인먼트가 배출한 FT아일랜드, 씨앤블루 등의 성공 이후 잠잠했던 K팝 밴드는 최근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데이식스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2015년 데뷔한 데이식스는 군 복무로 인한 공백에도 지난해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을 차트에서 역주행시켰다. 최근 완전체로 발표한 9번째 미니앨범 ‘밴드 에이드’의 타이틀 곡 ‘녹아내려요’는 멜론 등 주요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연말엔 정상급 가수만 서는 서울 고척스카이돔 무대에 오른다.
데이식스는 길거리 버스킹, 소규모 라이브 클럽 공연 등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 록 마니아인 정욱 JYP 대표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식스가 소속된 JYP의 스튜디오J에는 또 다른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있다. JYP 관계자는 “데이식스 데뷔 전부터 사옥에 합주실을 별도로 마련해줬을 정도로 밴드 제작에 공을 들였다”면서 “여느 K팝 그룹과 달리 밴드라는 특성에 맞게 접근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듯하다”고 말했다.
대형 K팝 기획사들이 새로운 장르 개척에 나서는 건 시장이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은 공급과 수요가 모두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새로운 먹거리를 계속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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