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테크 기업 애플의 로고와 유럽연합을 상징하는 ‘유럽기’가 한 화면에 잡혀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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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거대 정보기술기업 애플, 구글이 유럽연합(EU)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모두 최종 패소해 도합 23조원 상당 벌금을 물게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10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130억유로(약 19조2500억원) 상당의 불법적인 법인세 혜택을 제공했다는 EU 집행위원회 판단이 유효하다고 최종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조세 혜택이 ‘불법 보조금’에 해당한다며 아일랜드에 세금으로 회수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EU 집행위의 2016년 판단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시 EU 집행위는 애플이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에서 받은 조세 혜택이 EU의 정부 보조금 규정에 어긋난다며 아일랜드에 체납 세금 130억유로에 이자를 더해 143억유로(약 21조1800억원)를 징수하라고 명령했다.
집행위는 1991∼2014년 법인세 혜택을 애플만 ‘선택적’으로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 기간 애플은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격인 자회사 두 곳을 설립해 아일랜드와 특혜 계약을 체결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조세 회피 수법으로 봤다. 애플이 아일랜드에서 적용받은 실효 세율은 0.005% 수준이었다.
한때 이 재판은 애플이 승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애플은 이미 미국에 법인세를 내고 있다며 ‘이중과세’라고 반발했고, 낮은 세율을 내세워 다국적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온 아일랜드 정부도 애플과 함께 EU 집행위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2020년 7월 원심인 일반법원은 ‘불공정 혜택’이라 볼 만한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애플과 아일랜드의 손을 들어줬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은) 유럽 시민과 조세 정의를 위한 거대한 승리”라며 “집행위는 앞으로도 공격적 조세회피 전략에 맞서 관련 입법과 법 집행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환영했다.
애플 대변인은 이날 판결에 “우리는 사업하는 모든 곳에서 납부해야 할 세금을 내고 있으며 특별한 거래는 절대 없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구글도 이날 EU 집행위를 상대로 한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패소했다. 집행위는 2017년 6월 구글이 자사의 비교쇼핑 서비스인 구글쇼핑을 우선 표시·배치하는 방식으로 우대하고 경쟁 서비스는 알고리즘을 통해 뒷순위로 밀어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약 24억유로(약 3조55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구글은 이에 같은 해 9월 집행위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1년 EU 일반법원에서 패소했고 항소도 이날 기각됐다.
이날 ‘대승’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와 시장 지배력 남용 등 ‘꼼수’ 조사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AP는 애플 판결에 대해 “미국 최대 기업이 전 세계에서 공정한 몫을 지불하고 있는지에 대한 싸움을 극적으로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구글 사건은 주로 독점 금지법에 관한 것이고, 애플 사건은 EU가 회원국의 조세 정책 영역에 개입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서로 다른 법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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