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딜레마에 빠졌다. 금리를 내리자니 집값 급등세에 불을 붙이는 꼴이고, 이대로 묶자니 내수경기 하강을 가속시킬 게 뻔하다. 어떻게 정책을 펼쳐도 서민경제 고통을 줄일 방법이 없다. 해법은 오히려 분명하다. 대출규제다. 집값 급등을 부추길 가수요를 줄이려면 돈줄을 차단하는 방법밖에 없다.
일종의 거시경제 정책 혼합을 적용할 때다. 먼저 대출을 강하게 규제해 통화 긴축 효과를 내면서 집값을 잡고, 아울러 금리를 낮춰 경기 진작 효과를 이끌어내는 식이다.
중앙은행과 금융당국, 경제부처 간 상당히 세세한 정책 조율이 관건이다. 일관성과 적절한 정책 타이밍을 놓치면 혼선만 주면서 정책 효과는 역으로 나타날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주부터 대출규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마자 은행 창구가 대혼란이다.
예정대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한 것인데도, 곳곳에서 대출규제가 거칠다는 식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은행별로 대출 조이기 정도가 달랐고, 예외와 구멍도 생기면서 혼선이 생겼다. 대출규제 예외를 확대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일부에선 당국이 대출규제를 한발 완화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리면서 더 시끄러워졌다.
다행히 정부와 금융당국이 '엄정한 가계부채 관리'라는 기조를 강하게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세세한 정책 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모이는 'F4'에서도 비슷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올해 하반기 인사를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실적을 좋게 만들려고 대출 확대 경쟁에 나선 측면도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분명한 메시지와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 의지를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 아파트 대출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시중은행들과의 조율도 필수적이다.
다음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달 미국 중앙은행이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 한은 금통위원들도 상당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한은 관계자들을 만나면 일관되게 얘기한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실하게 잡았다는 통계만 손에 쥐여달라고 한다. 물가상승률이 한은 목표치를 달성했고, 급격한 내수 침체로 성장률마저 뒷걸음질 친 상황에서 본인들도 금리를 내리고 싶다고 안타까워한다. 그 전제 조건 달성을 위한 정책 조율과 집행이 앞으로 관건인 셈이다. 당장 대출규제에 따른 고통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고비를 넘겨야 내수도 살리고 부동산 시장도 안정시킬 수 있다.
[송성훈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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