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EU 가입 승인 교착되자 입장 변화…
브릭스 외에 '상하이협력기구'에도 관심
튀르키예 정부가 이미 수개월 전 브릭스 공식 가입 신청서를 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로이터=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튀르키예가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가입을 신청했다. 튀르키예는 브릭스 외에 '상하이협력기구(SCO)'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미국·유럽이 아닌 중국·러시아 진영으로 합류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튀르키예 정부가 이미 수개월 전 브릭스 공식 가입 신청서를 냈다"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튀르키예 정부는 지정학적 중심이 선진국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BRICS는 2009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4개국 정상들이 모여 앞글자를 딴 '브릭'(BRIC)으로 출범한 경제 연합체다. 이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가입해 현재의 BRICS가 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아르헨티나 등이 회원국으로 합류해 세력을 키우고 있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다음달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튀르키예의 가입 허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튀르키예가 브릭스 문을 두드린 배경에는 20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는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이 있다. 튀르키예는 1999년 EU 가입 후보국이 됐고 2005년 공식적으로 협상을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가입을 하지 못했다. 2016년 튀르키예 내 쿠데타 시도, 2019년 EU 회원국인 그리스와의 갈등 등으로 가입 협상이 중단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다. EU 후보국이 된 시점을 기준으론 25년째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신흥 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 정상들이 지난해 8월 23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로이터=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튀르키예가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하며 유럽 국가들과 불협화음을 낸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지난 6월 "우리는 브릭스 국가들과 관계를 맺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EU가 한발 더 나아갈 의지가 있었다면 특정 사안(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에 제동을 걸며 자국의 EU 가입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승인해주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도 찬성하겠다는 셈법이었다. 하지만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의 나토 회원국 자격을 최종 비준한 뒤에도 EU 회원국들은 튀르키예 가입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튀르키예는 브릭스는 물론 중국 주도의 협력체인 SCO(상하이협력기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EU와 SCO 중 한 곳만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는 두 조직과 모두 '윈윈'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SCO는 2001년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6개국으로 출범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이후 인도·이란·파키스탄·벨라루스가 추가로 합류해 현재 회원국은 10개국이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