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한동훈-이재명 “화 나도 멱살 못잡을” 거리만 확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왼쪽)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의 회담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거 화 나도 멱살도 못잡겠네.”



1일 열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일대일 공식 회담. 두 대표의 머리발언이 끝나고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 이 대표는 두 당 대표가 마주 앉을 테이블 간격이 너무 넓다며 이렇게 말했다. 회담장 안에선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넓은 테이블 거리 만큼이나 두 대표 생각의 거리도 멀었던 걸까.



최종적으로 오후 5시께 끝난 첫 회담에서, 두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과 ‘금융투자세 폐지(유예)’ 문제 등 주요 쟁점 이슈에서 명확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언제일지 모를 다음 만남만 기약했다.



두 대표의 첫 회담은 시작부터 ‘뼈 있는 말의 전쟁’으로 시작됐다. 두 손을 맞잡은 채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섰던 두 대표는 각자 마이크(머리발언)를 잡는 순간 ‘의-정 갈등’ 해소 문제에서부터 ‘금융투자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이견을 쏟아냈다.



한 대표가 마이크를 잡은 시간은 13분40초, 이 대표는 18분20초로, 두 사람 모두 공개된 현장에서 하기로 한 약속된 10분 발언 시간을 넘겼다.



두 대표는 32분간 쏟아낸 머리발언에서 각종 의제를 제시하며 상대방을 향한 반격과 공격의 ‘날’을 실었다. 한 대표가 정치개혁을 위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곧 나올 재판 결과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설령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을 넘는 발언이나 공격을 자제하겠다”며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말을 듣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고, 하던 메모를 멈추고 숨을 들이쉬기도 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이야기도 중요하나, 상응하는 대통령 소추권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 말을 하며 “종전에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것은 완벽한 독재국가 아니냐.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계엄’ 관련 발언은, 지난달 21일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과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탄핵 대비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고 발언한 것의 연장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 말을 듣고 ‘피식’ 웃었지만, 생중계로 회담을 지켜보던 대통령실 쪽에선 “상식적이지 않은 거짓 정치 공세”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있지도 않고, 정부가 하지도 않을 계엄령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국회 (의석분포) 구조를 보면 계엄령을 선포하더라도 바로 해제될 게 뻔하고 엄청난 비난과 역풍이 일 텐데 왜 하겠는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개된 머리발언에 이어 이날 양당 정책위의장과 대변인 등이 함께 참여하는 비공개 회담도 애초 90분에서 100분으로 10분간 더 이어졌다. 이후 이후 배석자 없는 둘 만의 대화가 40분 이어졌다. 원래 합의했던 전체 회담 시간(110분)보다 70분가량 길어진 셈이다. 양당 대변인들에 따르면, 두 대표는 비공개 회담장에서도 흔한 ‘아이스브레이킹’ 과정 하나 없이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곧장 의제 논의에 돌입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어떤 문제부터 얘기할까요”라고 하자, 한 대표가 “우리는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얘기를 할 예정인데, 민주당은 25만원(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얘기하실 거 아니냐”고 했다는 것이다. 의제에 대한 두 대표의 견해는 첨예하게 갈렸지만, 회담에선 두 사람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없었다는 게 두 대변인들의 전언이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딥페이크’와 ‘N번방’ 진화하는 사이버 지옥 [더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