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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트럼프 “나토, GDP 3%로 방위비 올려라”…한국도 압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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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카불 공항 자살 폭탄 공격으로 미군 13명이 사망한 사건의 3주기인 26일 워싱턴 근교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미군 하사이던 손자를 잃은 빌 바넷(왼쪽)이 함께했다. 알링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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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 목표를 지금의 2%에서 3%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기준 상향은 자신이 재집권하면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이 거셀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한국 등 비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 가능성도 다시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러스트벨트 경합주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주방위군협회 총회 연설에서 “나는 모든 나토 회원국이 적어도 3%를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2%는 세기의 도둑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을 위해 지불하고 있다”며, 2% 기준으로는 미국이 유럽 쪽 회원국들을 위해 돈을 쓰기 때문에 도둑질을 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대선 상대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끝없는 전쟁”을 추구한다며 “우리가 지금보다 3차대전에 더 가까웠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즉각 끝낼 것이라는 주장도 다시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카불 공항 자살 폭탄 공격으로 미군 13명이 사망한 사건의 3주기인 이날 연설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조 바이든 때문에 아프간에서 발생한 굴욕으로 전 세계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전에는 워싱턴 근교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그가 나토의 방위비 지출 목표를 올려서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이제 목표 상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그가 재집권하면 유럽 회원국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 목표는 2014년 나토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한 약속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3% 목표를 부과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셈이다.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상대적 국력 약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위비 지출을 늘려왔다. 2014년에는 2% 기준을 맞춘 회원국이 미국·영국·그리스뿐이었다. 나토는 올해 23개국이 이를 충족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준을 한 번에 50%나 상향해 ‘골대’를 뒤로 옮기면 회원국들의 고충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월 유세에서는 자신이 집권할 때 “돈을 안 냈는데 러시아가 공격한다면 우리를 보호해주겠냐”는 한 회원국 정상의 질문에 “보호해주지 않겠다. 사실 나는 러시아가 원하면 무엇이든 하라고 독려할 것이다”라고 답해줬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올해 기준으로 3% 기준을 맞추는 나토 회원국은 32개국 중 미국·폴란드·에스토니아·라트비아·그리스 5개국이다. 미국의 경우 세계 도처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분쟁에 개입하는 나라다.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 등 적성국들과 국경을 마주하거나 위협에 크게 노출돼 있다. 이런 곳들과 다른 회원국들에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박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미국도 이르지 못한 4% 기준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한국도 이런 문제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4월 ‘타임’ 인터뷰에서 한국과 관련해 “왜 우리가 누군가를 지켜줘야 하냐”, “그들은 매우 부유한 나라인데 왜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냐”고 했다. 재집권하면 집권 1기처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것임을 예고한 발언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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