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은 한 달에 1000만원 내외 세비를 받는다”며 한 말이다. 이날 회의는 야당이 주도하는 ‘방송장악 2·3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등을 위해 열린 것이었다. 공영방송 인선을 둘러싼 ‘방송전쟁’이 한창인 과방위가 AI기본법 등 AI 관련 법안 심사에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던 터에 나온 발언이었다. 최 위원장은 ‘방송장악 2차 청문회’가 열린 14일 회의에서도 여야 간사를 향해 “소위를 왜 안 여냐”고 다그치며 “앞으로 직접 개입해서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부분 챙기겠다”고 했다.
김승환 정치부 기자 |
과방위원장이 공개된 자리에서 여야 간사에게 법안 심사를 닦달하는 풍경은 생경하다. 그만큼 방송 외 AI 법안도 각별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건가 싶다가도 세부를 따져보면 그저 시늉인가 싶다.
최 위원장이 AI 법안 심사를 위해 열라고 한 ‘1소위’(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는 AI 법안 소관 소위가 아니다. AI 법안을 심사하는 건 ‘2소위’(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다. 21대 국회 때 발의된 과방위 소관 AI 법안 7건도 모두 2소위가 심사했다.
과방위원장도 사람이니 착각할 수 있다. 26일 전체회의에서 AI 법안 등을 상정하고 소위에 배분한다고 하니 그때만 1·2소위에 맞게 넘기면 될 일이다.
나쁜 건 의도다. 최 위원장은 12·13일 연달아 라디오에 출연해 뒷전으로 밀리는 AI 법안 문제와 관련해 “1소위가 AI 담당이다”, “1소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고 있다”, “제가 (회의에서) 마이크 잡고 1소위 빨리 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급 전에 “(국민께) 고자질하는 것”이라고 했다.
AI 법안 심사 지연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떠넘기려 한 건데 완전히 틀렸다. AI 법안 소관은 2소위이고 ‘안타깝게도’ 2소위원장은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현 의원이다. 고자질하려다 시커먼 속만 내보인 꼴이다.
방송 외 AI 등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최 위원장의 선언이 미심쩍은 건 그래서다. 한 과방위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지금 워낙 방송 때문에 정신이 없으셔서”라고 감쌌다. 요즘 국회에선 방송에 ‘올인’한 과방위를 두고 ‘방방위’란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최 위원장이 ‘방방위원장’으로 남을지, ‘과방위원장’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김승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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