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배우로 활동한 지 10년. 10년 차 배우가 된 정은지에게 JTBC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이하 ‘낮밤녀’)는 여러모로 그에게 특별한 작품이었다. 배우 이정은과 함께 ‘1인 2역’이 아닌 ‘2인 1역’이라는 독특한 설정도 그렇고, 실제 자신과 전혀 다른 모습을 끌어내야 하는 부분도 쉬운 도전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정은지는 ‘낮밤녀’를 통해 익숙하지만 또다른 ‘배우 정은지의 성장’을 이뤄냈고, 이는 앞으로 그가 보여줄 또 다른 연기를 기대하게끔 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성장의 원동력으로 현장에서 함께 고생하고 웃었던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호흡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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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정도 촬영하다가 방영까지 해서 1년 가까이 ‘낮밤녀’를 생각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낮과 밤이 다른 그녀’가 방송되는 동안 배우들과 연락하면서 지내왔기에, 당장에 끝났다는 기분은 많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드라마의 여운이 마음에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많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 가운데, 그 중에서 정은지가 가장 많이 언급한 배우는 그와 같은 인물을 연기했던 이정은이었다.
“저에게 ‘낮밤녀’는 키링요정 이정은’으로 남을 것만 같아요.(웃음) 정은 언니와 같이 현장에서 연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언니가 워낙 사람에 대한 정이 많은 타입이셔서, 덕분에 연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길 때 물어볼 수 있었죠. 좋은 선생님이자 다정한 언니가 생긴 기분이었고, 덕분에 ‘낮밤녀’는 그걸로 충분한 작품이 되었죠. 언니와 함께 연기하면서 대본 보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고, 정말 많이 배웠어요.”
어느날 갑자기 노년 타임에 갇혀버린 취준생이 된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낮밤녀’에서 정은지는 20대 취준생이자 ‘밤의 이미진’을, 이정은은 시니어 인턴 임순이자 ‘낮의 이미진’으로서, 외향은 다르지만 같은 인물을 표현해야만 했다. 이는 그만큼 서로간의 호흡이 중요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외로 감독님은 연기에 대해 디렉팅을 많이 주시지는 않으셨어요. 감독님께서 ‘앞 신에서 정은지씨가 감정 신을 이렇게 촬영 했습니다’고 말씀해주시면, 언니는 그 감정을 이어 받아 연기를 했죠. 초반에는 정은 언니가 제가 쓰는 사투리를 궁금해하셔서, 6부 정도 까지, 제가 연기한 파트를 녹음해서 보내드렸어요. 말투 같은 것도 고민하고, 점심시간에 한 차에서 같이 대본을 보면서 ‘언니 이건 어떻게 대사하고 싶으세요?’ ‘나는 여기에서 이런 감정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등으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그때의 그 감정을 사투리를 녹음해서 드리면서 말투를 맞춰 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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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연기파’로 알려진 배우와 ‘같은 역할’을 연기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 정은지는 “당연히 엄청 떨렸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정은지는 이 긴장과 떨림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정은의 덕이라고 털어놓았다.
“리딩했을 때부터 떨렸어요. 첫 미팅 때 정말 많이 긴장했었는데 다행히 언니가 아이스브레이킹을 잘 해주셨어요. 그렇게 긴장 풀리고 나니, 언니가 엄청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죠. 언니 성격 덕분에 제가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어려운 선배가 아니고 엄청엄청 다정한 타입이세요. 정말 든든한 백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어서 정말 좋아요.”
실제로 이정은과 정은지는 시간이 바뀌면서 몸은 변하지만, 한 사람인 듯 능청스러운 연기 덕분에 안방극장은 이질감 없이 ‘낮밤녀’를 시청할 수 있었다. 이정은과 ‘한 몸’처럼 연기하기 위해 서로 맞춘 디테일이 있었냐는 질문에 “각자의 모니터를 열심히 했다”고 답했다.
“언니의 감정을 이어받을 때가 많아서 언니 우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아래턱이 떨리면서 우시는 모습이 있는데 그런 걸 따라 하려고 애 많이 썼죠. 임순을 연기하는 언니를 보면 손을 뜯는 모습이라든지, 평소 언니에게 없는 미진이의 어린 눈망울의 표정이 있어요. 그걸 보는데 묘하게 저와 겹쳐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니가 저를 많이 찾아보셨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걸 보고 저도 더 열심히 언니 모니터를 열심히 했죠.”
꾸준핰 모니터링과 연습으로. 손을 뜯는다든지 입술을 뜯는 등 서로의 디테일을 맞춘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서로에게 맞아가기 시작했다고 정은지는 말했다.
“우연찮게 맞았던 디테일이 있는데, 저도 그렇고 언디도 그렇고 자전거를 한 번에 못 끌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맞췄냐’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죠. 생활 속에서도 결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세세한 걸 맞추지 않아도 서로 맞아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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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과 정은지는 여러모로 비슷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단 그룹 에이핑크의 멤버로서 10대 시절에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정은지와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취준생 이미진과는 현실적으로 거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자신과 너무 다른 성격을 가진 이미진이었기에 그를 이해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정은지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저는 사실 어린 나이에 데뷔하다 보니, 취준생 시절을 보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사실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죠. 특히 미진이와 인간 정은지는 정말 결이 다른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더욱 공감하기 어려웠었죠, 처음에는. 저와 속도가 다르다고 느꼈기에, 대본을 보면서 그를 이해해 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미진이는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매 회차 했던 것 같아요, 하하. 미진이를 이해하기 위해 주변에 많이 물어봤는데, 그때 이런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런 사람도 있어’라고. 그 말을 들은 이후 많이 정리가 됐어요. 어쩌면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끝까지 용기를 내는 미진을 좋아해 주시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어떤 점에서 괴리감이 왔는지에 대해 묻자 “매사에 쭈굴쭈굴하고 긴장하는 모습은 같았지만, 그 외에는 저와 전혀 달랐다”고 웃었다.
“매사에 안 빼고 열심히 하는 건 저와 비슷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게 저와 달랐달까? (웃음) 초반 꿈을 이루기 위해 이것저것 하면서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나와 비슷하네’라고 한 적은 있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미진이가 가는 방향과 실제의 제가 생각하는 방향이 많이 달랐어요. 그때마다 ‘그래 이런 사람도 있을거야’라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죠. 속도를 존중 해야지 라는 생가도 한 것 같아요.”
속도를 존중한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정은지는 “많았지만 그 중에서 꼽자면 ‘용기’를 내는 타이밍이었다”고 말했다.
“내가 낮에 임순으로 변한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타이밍도 그렇고, 용기를 내야 하는 타이밍이 저와 생각이 달랐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미진이는 지웅(최진혁 분)에게 진실을 가장 늦게 고백하잖아요. 저는 ‘지웅이에게 먼저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싶었거든요. 그리고 말했으면 하는 타이밍이랄까, 대본을 보면서 ‘지금 말해 미진아’ 했던 부분들이 있는데 정작 말을 하지 않는 그런 순간은 있었어요.”
정은지는 이미진을 통해 ‘F’(감정형)의 성향과 감성을 배울 수 있었다며 웃었다.
“연기를 통해서 에프의 감성을 많이 배웠어요(웃음). ‘아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것도 많았죠. 제가 봤을 때 미진이는 ENFP같은 성향의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F’가 아닌 ‘T’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인물들이 ENFP 성향의 친구들이 많아서 힘든 부분도 있었는데 ‘술꾼 도시 여자들’ 속 지구를 연기하면서 조금 소원을 풀었던 것 같아요. 많이 편했어요. 저를 아는 주변 사람들 모두 ‘미진이를 어떻게 연기 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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