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두쪽 난 광복절…건국절이 뭐길래? [수민이가 궁금해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독립을 외쳤던 8.15 광복절이 갈등과 분열의 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건국절 논란’으로 불똥이 튀고 해묵은 ‘친일 논란’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14일 김 관장 임명에 하자가 없기 때문에 근거없는 주장에 밀려 임명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 관장도 사퇴할 뜻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김 관장의 임명 철회를 정부 주관 광복절 행사 참여 조건을 내세운 이종찬 광복회장, 야당도 행사 불참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초유의 ‘반쪽 광복절’ 사태의 화약고는 건국절 논란이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인사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이종찬 원장 등의 입장이다.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이야말로 대한민국 정통성이 확립된 건국의 날인만큼 이를 기념하자는 주장이다. 단순히 정부 수립이 아니라 국가의 기본 요소인 영토·국민·주권을 갖춘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장 등은 헌법에 명시된대로 대한민국이 1919년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고 있기 때문에 건국절은 1919년 4월11일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흔드는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1948년 8월15일은 이승만 정부가 설립된 날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만들려는 일환이라는 게 광복회와 야당 측의 주장이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도, 그럴 계획도 없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왜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건국절 논란은 역대 정부에서 되풀이됐다. 수면위로 떠오른 건 이명박정부때다. 2008년 국무총리 산하 대한민국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출범하자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들은 사업 철회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당시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 등 13명의 의원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이명박정부도 건국절 제정할 뜻은 없다고 밝혔지만 시민단체,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한나라당 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철회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거꾸로 1919년을 기점으로 ‘건국 100주년’을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이 아닌 1919년에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좌파 진영이 1919년 상해 임시정부를 처음 만들었을 때를 건국일로 보는 것은 북한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며 “남한 정부, 한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기 위해 1919년 상해 임정 수립을 건국절로 하자는 것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

14일 경기도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에 태극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국절은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독립운동 후손들 사이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온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윤경숙 ‘YC(Youth Congress) 청년회의 충청’ 대표는 14일 성명을 내고 “저는 잃어버렸던 조국을 되찾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으로 우뚝 섰음을 공식 선포한 바로 그 해(1948년)가 대한민국 건국의 원년이라고 생각한다”며 “1948년 건국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모두 매국노 취급하신 이종찬 회장의 말씀을 듣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표 조부(윤석구)는 백범 김구 선생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했고 해방 후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 초대 체신부 장관을 지냈다. 윤 대표는 “이 회장 말씀대로라면 1919년 이미 건국되었는데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왜 싸우다 죽어가야만 했느냐”며 “건국의 의미엔 어떤 이념이나 불손한 의도도 있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학계, 시민단체, 국민들 사이에 건국절을 둘러싼 이견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공론화 절차 등 없이 일방적으로 건국절을 제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1919년 임시정부부터 1948년 정부 수립까지 전체적인 기간을 건국의 과정으로 봐야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1919년, 1948년 어느 한쪽을 콕 집어서 ‘건국절’로 삼는 건 국론 분열만 일으킨다는 것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