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네 개 에피소드 공개
유일하게 독 안 오른 캐릭터 연기
신인 조윤수 “액션신 안쓰럽고 대견해”
퇴직한 전직 요원이자, 노련한 청부업자 '임상'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 작품 내내 15kg이 넘는 총기를 휘두르며 시원한 액션을 펼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주의. 일부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 정도 되면 (작품 흥행이)잘 흘러가는지, 허들에 막혀있는지는 알죠. 이미 며칠 전부터 각종 매체에서 작품 반응 좋게 나오고 있는 것도 확인했죠.(웃음)”
2대8 가르마, 공손한 말투. 세상 물정 모르는 샌님 같지만, 본업을 시작하면 누구보다 민첩하고 빠르다. 퇴직 요원 출신의 청부업자 임상 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 있어 보였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의 모든 에피소드가 한번에 공개되는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매번 만족 잘 안 하는데 이번에는 할 만한 것을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폭군’은 애초에 영화로 기획됐던 작품이다. 하지만 극장이 아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개로 방향을 틀면서 4부작 드라마로 변경됐다. 차승원은 처음부터 OTT를 통한 작품의 공개를 찬성했다.
“코로나 이후에 영화 생태계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굉장히 편협한 장르가 극장에 걸렸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봐줄 것인 지는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박훈정 감독님한테 얘기했죠. 다만 드라마 분량이 될 지가 궁금했는데, 워낙 찍어놓은 액션 분량이 많았으니까 만들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퇴직한 전직 요원이자, 노련한 청부업자 '임상'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그는 박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호불호가 되게 분명한 감독”이라며 “나 같은 경우는 아주 잘 맞는 경우라 나에게 아이디어를 샘솟게 해주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그는 “어떤 작업보다 박 감독과 함께 캐릭터를 빌드업(build-up) 하는 게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차승원표 킬러 ‘임상’은 퍽 매력적이다. 장면 장면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싶은 궁금증이 따라붙는다. 제거 대상이든 후배 최 국장(김선호 분)에게든 시종일관 존댓말을 쓰고, 애지중지하던 핫바를 길에서 초등학생과 부딪혀 떨어뜨려도 말 한 마디 쏘아붙이지 못하는 ‘공손한’ 퇴직 공무원의 모습과 기계적으로 타겟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버리는 냉혈한 킬러의 교차점이 예고없이 찾아든다.
그는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독이 올라있지 않은 인물이 임상”이라며 “누군가는 이런 부분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따져봤더니 그렇게 코믹한 느낌을 가져갈 수 있는 인물은 임상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인물이 그런 식으로 접근했으면 되게 이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손하지만 무자비한 킬러의 모습에 차승원의 아이디어도 여럿 채택됐다.
“평소에는 조금 무기력한 사람처럼 행동하죠. 어디 한 곳을 툭치면 관절이 나갈 것처럼 피폐한 인물이에요. 그런데 살인을 할 때는 굉장히 민첩해요. 이건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체화된거거든요. 그런 양면성을 통해 ‘저 사람한테 걸리면 진짜 끝장이야’로 보이게끔 캐릭터를 구성하고 싶었어요. 평소엔 유들유들한 사람으로, 애하고 부딪혀서 핫바를 떨어뜨리는 것도 제가 제안한거죠. 근데 다음 장면에서 그 핫바 꼬챙이가 어떻게 쓰이는지 보세요. 그걸로 목표물의 얼굴을 찔러버리죠.”
그가 연기한 임상만 놓고 보면 도무지 어느 시대에 사는 사람인지 가늠이 안된다. 고루한 2대 8 가르마에 80년대 생산된, 시동도 잘 안 걸리는 구형 재규어 차량을 몰고 2G폰을 사용한다.
그는 “처음 정보기관에 갓 입사했을 시점에 정체돼 있는 인물”이라며 “한쪽 일을 너무 오래하면서 변화한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갇혀버린, 요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상의 트레이드 마크인 ‘2대8 가르마’도 단정한 걸 넘어서 기름진 느낌으로 설정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상이 암살할 때 주로 사용하는 총은 15kg이 넘는 장총. 때에 따라선 작은 권총도 쓰긴 하지만, 총구에 상당한 무게감을 더하는 소음기를 장착한다. 그는 “소음기를 쓰는 건 직업적인 특성이 아닐까 싶다. 약간의 메타포”라며 “임상이 일을 할 때 조심스럽고 민첩하고, 약간 비밀스러운 인물임을 총으로 표현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가 퇴직금을 받아 마련한 게 ‘멈춘 기차’라는 설정은 더욱 독특하다. 경양식 식당 겸 카페를 열 계획으로 마련해 놓고는 막상 고문실로 쓰이는 점은 괴기하기도 하다. 왜 집이 아닌 기차를 샀을까. 고문신에서 피범벅이 된 고문 대상을 앉혀놓고 자신의 어린시절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임상이란 사람은 어딘가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어린시절 기찻길 옆 집에 살면서 늘 달리는 기차만 봤죠. 멈춘 기차를 산 이유는 쉴 새 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있는 삶을 멈추고 이젠 정착하고 안주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투영된 게 아닐까요.”
퇴직한 전직 요원이자, 노련한 청부업자 '임상'역을 맡은 배우 차승원.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극중에서 그에게 맞설 수 있는 인물은 채자경(조윤수 분) 뿐이다. 차승원은 “이렇게 왜소한 친구가 이 정도 난이도의 액션과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텐데 가능할지 긴가민가했다”고 신예 조윤수에 대한 솔직한 첫인상을 언급했다.
“특히 키가 큰 저한테 비교되서 더 작게 비추어지죠. 엄청난 기회였겠지만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안쓰럽고 대견하기도 했죠. 그러면서 ‘나는 저 나이 때 나한테 이 역이 왔다면 과연 할 수 있었을까’란 생각도 들더라구요. 이렇게 큰 회오리 같은 게 지나가면 이 친구도 단단해져 있을 거에요.”
임상은 절벽 아래 물로 떨어지면서 최후를 맞는다. 하지만 죽은 것은 아니다. 물 속에서 알 수 없는 손에 의해 심해로 이끌려 내려간다. 그는 이 명확하지 않은 결말에 대해 “자경이의 손은 아니다. 제3의 종족, 아주 강한 초인 종족이 임상을 이끌고 내려갔다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