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조태열 외교 “북핵 공격에도 미국 핵 반격은 신중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에도 미국의 핵 반격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과 ‘한미핵협의그룹 공동지침 문서’을 채택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미국의 핵자산에 한반도 임무를 특별 배정한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조 장관의 설명은 상당한 거리가 있다.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태열 장관에게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핵협의그룹을 통해서 만들었다는 가이드라인은 핵 작전과 관련한 미국의 독자적인 결정 과정에 우리의 견해가 어느만큼 반영될 수 있느냐에 따라서 평가돼야 한다”며 “북핵으로 우리가 공격을 당할 경우 미국이 즉각 핵무기로 1차 대응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핵 전력으로 대응한다는 건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재래식과 핵 전략이 통합된 대응력을 가지고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답했다.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미국이 핵으로 대응한다는 확장억제 원칙을 비롯해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논의해온 핵 억지력 강화와는 맥락이 다른 답변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1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워싱턴디시(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당시 두 정상은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 전력을 통합 운용해 대응하는 일체형 확장억제 협력의 토대인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한미 핵협의그룹(NCG) 공동지침 문서)도 승인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재래식 전력 기반 한-미 동맹이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됐다”며 “미국 핵 자산에 북핵 억제와 북핵 대응을 위한 임무가 배정될 것이라고 문서에 명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이 동맹국 한국에 제공하는 특별한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공동지침 문서의 미국측 서명자인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차관보는 “특정 임무나 목표에 특정 무기를 배정하지 않는다”며 “우리 자산을 미리 배정하면 유연성이 떨어진다”라고 한국 쪽과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이런 차이에 대해 위성락 의원이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미국이 핵으로 1차 대응을 해야한다고 우리가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는가.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이 우리를 핵으로 공격하면 미국이 핵으로 1차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재차 질문하자, 조태열 장관은 “미리 그런 가정적인 상황에 예측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것을 위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만 답했다.



위 의원은 “이번 공동지침 문서에 우리 의견이 어느 만큼 반영되게 되어 있는지 의문인데, 만약 우리가 핵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의 핵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큰일”이라며, “미국이 즉각 핵무기로 대응 한다는 입장을 천명해야 대북 억지력도 강화되고, 한국 내 핵무장 주장도 억지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그 부분을 포함해서 다 논의 중입니다만 구체적 내용은 이 자리에서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공격에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는 확장억제의 구체적 대응을 두고는 입장이 다르다. 한국은 북한의 선제 핵 사용시 핵으로 대응할 것임을 미국 정부가 명시적으로 언급해야 한다는 ‘핵 대 핵’(nuclear for nuclear) 공약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첨단 비핵 능력 능력 등 미국이 가진 모든 범주의 방위능력”을 활용해 대응한다. 미국은 의도적으로 ‘모든 범주’란 말을 통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핵 무기를 사용하지에 대해서는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안보정책 당국자들은 핵정책의 신뢰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미국이 핵무기를 두고 엄포를 놓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핵공격 명령은 미 대통령의 독점적 권한이기 때문에 무조건 ‘핵 대 핵’ 공약은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본다.



미국은 핵 대응 방식에 대한 모호성이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인다고 보고 핵 사용의 ‘획일적 적용’ 대신 유연성을 높이는게 정책 방향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모호성을 ‘한국 방어 의지 결여’로 의심하고 ‘핵대핵 대응’을 명확하게 선언하기를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일체형 확장억제 협력의 토대인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합의해 확장억제에 대한 양국 접근방식 차이를 해소했다고 주장했지만, 조태열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확장억제에 대한 한-미 상호 인식의 차이가 여전하고 인식의 간극을 줄여야 점을 확인한 셈이다.



한편 이날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28일 일본 도코에서 한·미·일 국방장관이 서명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의 내용이 전혀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비밀리에 급속도로 추진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에 힘을 더해주세요 [한겨레 후원]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