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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염정아 “이제 ‘쎈캐'에 미련 없어…‘언니 멋있어’ 칭찬 너무 좋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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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크로스’ 강미선 역

연달아 강인한 여성 캐릭터 연기

데뷔 34년차 “일이 점점 재밌다”

헤럴드경제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의 주연배우 염정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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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스카이캐슬’의 곽미향, ‘크로스’의 강미선, ‘노웨이아웃’의 안명자. 모두 숏컷 헤어 스타일일 뿐만 아니라 거친 언사를 시원하게 내지르는 ‘쎈캐’(쎈 캐릭터) 그 자체다. 배우 염정아는 연달아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니 갈증은 확실히 풀렸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영화 ‘크로스’에 출연한 염정아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 “한동안은 너무 쎈캐 역할이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에) 다 했다. 이제는 또 어떤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며 “작품 선택 기준은 늘 직관적으로, 그냥 끌리는 걸 고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크로스에서는 아예 여성성을 벗어던졌다. 강력계 에이스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액션을 갈고 닦았고, 외모와 말투, 정체성까지 모두 남성에 가깝게 연기했다.

“연기를 설정해서 한 건 아닌데, 그럼에도 말투는 조금 툭툭 뱉는 듯이 했죠. 전반적으로 저는 미선이가 좀 ‘소년’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밖에선 거칠지만 또 집에 가면 남편 강무(황정민 분)한테서 사랑을 많이 받는 캐릭터이거든요.”

영화의 오프닝인 이른 아침 집 안에서의 신(scene)은 통상 볼 수 있는 아내-남편의 관계성이 도치된다. 이를테면 남편 강무가 술 취해 집에 들어온 미선이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기는 모습, 격무에 시달리는 아내를 위해 영양제와 야채즙을 대령하는 모습 등 현실과 다른 의외성에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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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크로스’의 주연배우 염정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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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 역시 “보통 가정에서의 역할이 바뀐 게 너무 재밌었다. 게다가 그런 남편 역을 황정민 선배가 한다고 해서 안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경제력 없는 남편이더라도 강무는 집에서 너무 잘하지 않나. 살림도 깔끔하게 챙기고 아내도 잘 챙기고, 그러면 된거다”라고 통 큰 면모를 보였다.

그는 이어 “근데 미선이랑 실제 염정아는 완전 다르다”며 “실제론 집에서 내가 약을 남편한테 가져다 드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누가 뭐라해도 이 영화의 백미는 액션신이다. 배우 스스로도 액션 연기를 무난히 소화해 낸 것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경력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작품을 고르는데 좀 더 과감해졌다”며 “예전에는 ‘내가 액션을?’이랬는데, 하니까 되더라”며 웃었다. 그는 이어 “기사 댓글들이랑 트위터 반응을 보는데, ‘언니 멋있어’ 그런 반응이 특히 고마웠고, 집에서 우리 애들도 엄마가 싸움 잘하니까 엄청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염정아가 가장 공들인 액션 장면은 바로 극 초반 미선이 강력반 팀원들과 중고차 매매시장으로 쳐들어가는 장면이다. 그는 “원컷이었다. 한 번에 다 찍었다. 중간에 제가 안 나오는 장면에는 제가 카메라 밑으로 숨었다가 다시 나온 것인데 전혀 티가 안난다”며 뿌듯해 했다.

데뷔 34년차인 염정아와 35년차인 황정민은 놀랍게도 이번 작품이에서 처음 만났다. 제작보고회 때부터 일관되게 “황 선배로부터 엄청난 배려를 받으며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언급해 무엇이 어떻게 달랐는지 궁금했다.

“그 성실함에 놀랐죠. 액션이 많은 영화이다 보니까, 액션을 찍는 날은 먼저 가서 촬영장 체크를 다 하세요. 혹여 여배우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없는지. 다른 남자 배우들도 제가 안 보는 데에선 황 선배처럼 했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두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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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 배우와 황정민 배우 각각 데뷔 30년차를 넘어섰지만 함께 작업한 작품은 이번 '크로스'가 처음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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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정아는 인터뷰 내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명쾌하게 대답했다. 그는 “제가 성격이 엄청 급하다. 일단 몸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답변이 조금 지연됐던 질문은 ‘연기적으로 점프했던 작품’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조금씩 조금씩 늘어난 것 같다. 쉬지 않고 계속 일해온 것이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더 하고 싶다. 꾸준히 했기 때문에 늘 보이고, 보이니까 찾게 되고, 그런 포지션이 아닐까”라고 했다.

그럼에도 ‘장화홍련’(2003)은 염정아에게 특별히 의미가 있는 작품인 듯 보인다. 그는 “저를 대중이 배우로 봐준 거의 첫 번째 작품이 아닐까”라며 “그 역할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이것은 뭔가 다르다. 나한테 기회가 온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고, 작품을 찍은 후에는 ‘나도 연기를 이렇게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같은 악역이라도 조금씩 결이 다르다. ‘장화홍련’에선 새침한 새엄마로 까끌거리는 연기를 보여줬다면, 이번 ‘노웨이아웃’에선 선이 굵고 거친, 그야말로 ‘빌런’이다. 그는 “제가 소리내서 연습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이번에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욕을 하느라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지금 약간 제 역할들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가고 있는 중인거 같아요.(웃음) 많은 걸 열어놓고 작품을 고르고 있어요. 이 일을 하는 게 점점 더 재밌어요. 가정 외에도 저를 이렇게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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