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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불교 대표선승의 삶을 읽는다…신간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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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문중이 아닌 부처님 가르침 중심으로 도량 만들려 했다"

연합뉴스

고우스님
[조계종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한국 불교의 대표 선승으로 꼽히는 고우스님(1937∼2021)의 열반 3주기를 앞두고 일대기를 정리한 단행본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조계종출판사)가 출간됐다.

책은 30대 전후의 수좌 10여명과 1969년 봉암사 제2결사를 이끌어 대한불교조계종 종립선원 봉암사의 기틀을 형성하고, 1982년 도반인 적명스님과 함께 전국선원수좌회의 전신인 선납회(禪衲會)를 창립해 간화선풍의 대중화에 힘쓴 고우스님의 행적을 조명한다.

불교계를 달궜던 이른바 '돈점 논쟁'에서 고우스님이 겪었던 시행착오도 소개한다.

돈오점수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 수행하던 고우스님은 애초에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에는 반드시 점진적 수행단계가 따른다는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따르는 승려였다.

하지만 나중에는 단박에 깨달음과 수행을 완성한다는 견해인 '돈오돈수'(頓悟頓修)로 생각을 바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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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이미지
[조계종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철스님과의 만남이 계기를 제공했다고 한다. 고우스님은 38세가 된 여름 어느 날 암자에서 해인사 방장이며 돈오돈수의 대표적인 옹호자인 성철(1912∼1993)스님을 우연히 만났다.

삼배를 올린 고우스님이 "돈오점수가 맞지 않습니까"라고 따지듯 물었는데 성철스님은 획 돌아눕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는 것이다. 예상 밖의 행동에 고우스님은 더 말을 붙이지 못하고 물러난다. 훗날 성철스님의 대표적인 저서인 '선문정로'를 열 번 넘게 읽은 고우스님은 돈오점수에서 돈오돈수로 방향을 전환해 화두를 들기 시작했고 젊은 시절 성철스님에게 대들었던 일을 참회했다고 책은 전한다.

책은 폐결핵으로 고생하던 중 모친상이 겹치면서 인생무상을 절감한 청년 김정원(金丁院)이 머리를 깎고 24세에 행자 생활을 시작한 것 등 고우스님의 출가 전 행적도 다룬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종무원으로 일하며 고우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저자 박희승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은 12일 조계사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고우스님은) 말씀만이 아니라 삶 자체를 부처님 가르침 대로 사셨다"며 책의 제목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봉암사는 조계종 사찰 중 유일하게 주지를 대중들이 추천하는 가풍이 있다. 그런 풍토가 뿌리내리게 하신 분이 고우스님"이라며 "은사나 문중이 아닌 부처님 가르침 중심으로 실천하는 도량을 만들자고 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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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희승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촬영 이세원]


고우스님은 1937년 경북 고령에서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 1961년 경북 김천 수도암으로 출가했다. 1980년 신군부가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조계종 승려 등을 강제 연행해 수사한 이른바 10·27 법난으로 조계종 총무원이 위기에 빠지자 조계종 총무부장을 맡아 위기를 수습하고 석 달 뒤 산으로 돌아갔다.

그는 2007년 조계종 원로의원에 추대되고 최고 법계인 대종사 품계를 받았으며 80세가 된 2017년부터 대중을 만나지 않고 홀로 정진하다 2021년 8월 29일 봉암사 동방장실에서 세수 84세, 법랍 60년으로 열반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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