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현지 ‘국민게임’
엔씨소프트·컴투스 속속 인도 시장 ‘노크’
인도 게임산업 규모 2028년 10조원 이상
e스포츠 플레이어 60만명 폭발적 성장세
지난해 10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시리즈 2023’ 결승전 현장. 입장을 위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시리즈 2023’에 참여한 인도 게이머들. [크래프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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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인도 뭄바이의 SVP 경기장 앞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크래프톤의 e스포츠 대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 결승전을 보기 위해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경기장 밖에서부터 뜨거워진 열기는, 경기가 시작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객석 곳곳에서는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이 적힌 플레카드를 든 관객들이 열띤 환호성을 쏟아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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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 이상의 상금이 걸린 이 대회는 예선전을 뚫고 1라운드에 올라온 팀만 무려 2048개가 넘었다. 3일간 열린 결승전에는 1만3000명의 관객이 현장을 찾았다.
17살 학생인 나쿨도 그 현장에 있었다. 그는 “주변 지인들이 BGMI를 플레이 하는 것을 보고 처음 접했다”며 “현재 아마추어팀의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20살의 컴퓨터 전공자인 사친 역시 한국 게임의 열성 팬이다. 그는 “게임의 인기는 정말 선풍적”이라며 “2~3년 후에는 이보다 훨씬 더 인기가 많아지고 더 많은 팀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게임업계의 이목이 인도를 향하고 있다. 4억명이 넘는 인도 게임 인구가 전 세계 판을 움직이는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인도가 게임 산업의 핵심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성장 한계를 맞은 국내 게임 업계도 인도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글로벌 활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인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국내 게임사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25면
▶크래프톤·엔씨소프트·컴투스 등 잰걸음...“인도 앞으로”=인도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곳은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e스포츠, IT, 엔터터인먼트 산업에서 일찌감치 인도의 가능성을 보고 2020년 발빠르게 인도법인을 설립했다.
전 세계 히트작 ‘배틀그라운드’를 기반으로 BGMI를 집중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BGMI는 출시 3년 만에 인도의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애플리케이션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했다. 이용자만 1억8000만명에 이른다. 인도 역사상 최초로 TV로 생중계된 e스포츠 종목으로 동시 시청자 수 2400만명, 전체 누적 시청자 수 2억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기세를 몰아 지난해 12월에는 인도 시장에서 역대 최대 월매출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인도 현지 협력과 투자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크래프톤이 인도·신흥시장에 투자한 누적 총 투자금액은 약 2281억원이다.
지난 3월에는 인도 구자라트주 정부와 e스포츠·게임 생태계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도 구자라트주는 외국인 직접 투자(FDI) 유치의 허브로 게임과 e스포츠 산업의 중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파트너십을 통해 인재 개발, 인프라 개선, 인도 내 게임 개발과 e스포츠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도 인도 현지 파트너사 확대를 위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상태다. 2022년 10월 인도 중심의 성장 단계 기술 기업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해 파라마크케이비제1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120억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컴투스홀딩스는 자회사 컴투스플랫폼이 지난 5월 ‘인도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IGDC) 데브 데이 2024’에 참여하면서, 현지 진출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했다. 컴투스플랫폼은 ‘IGDC 데브 데이 2024’의 골드 스폰서 자격으로 참가했다. ‘인도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벵갈루루를 비롯해 델리, 푸네 등 주요 세 도시에서 현지 게임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인도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특히 컴투스는 글로벌 서비스에 최적화된 게임 백엔드 서비스(GBaaS) ‘하이브(Hive)’를 기반으로 인도에서 새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목표다.
김종문 컴투스플랫폼 사업총괄 상무는 “인도는 빠른 디지털 인프라 구축는 물론 젊은층 인구가 많아 잠재력을 갖춘 핵심 게임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전 세계 주요 16개 언어 지원과 국가별 마켓 정책 대응 등 해외 진출에 특화된 하이브의 강점을 살려 믿을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게임에 3000억원 쓰는 인도 게이머...2028년엔 10조원 시장= 국내 게임업계가 인도 시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인도의 폭발적인 성장세 때문이다. 정치적 요인 등으로 변수가 많은 중국 시장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는 점도 인도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 인도의 게임산업 규모는 2028년 10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2028년 인도 게임 산업 규모는 75억달러(약 10조4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9년 8억달러(약 1조1000억원)규모였던 게임산업이 약 10년 만에 10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온라인 게임 이용자 수도 급등세다. 2019년 3억명에서 지난해 4억5000만명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56억5000만건이었던 인도의 게임 다운로드 수도 불과 4년 만에 95억건으로 급증했다.
인도 게이머들은 모바일 게임에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모바일 게임 지출 금액이 2018년 1억3000만달러(약 1800억원)에서 지난해 2억3000만달러(약 32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치 뿐 아니라 인도의 게임 소비가 장르별로 다양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코트라(KOTRA)의 해외시장 동향에 따르면 인도 내 성황을 이루는 온라인 게임 장르는 다양하다. 특히 인기액션,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 등이 주를 이루는데, 판타지 스포츠 장르의 경우 사용자 수가 1억80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18~30세 사이의 젊은 연령층이 게임 사용자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슈팅 게임과 같이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 장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는 e스포츠 불모지였으나 최근에는 이 역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인도 내 e스포츠 플레이어는 60만명 이상으로 10만여 개의 e스포츠팀이 활동하고 있다. e스포츠 프로 선수는 약 500명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으로 향후 5년 내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아이마크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의 e스포츠시장 규모는 약 2억달러(약 2700억원)였다. 향후 2032년까지 연평균 18% 이상 성장하며 9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자 수도 2021년 기준 1700만명에서 2025년에는 8500만명으로의 늘어 e스포츠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인도 게임시장의 빠른 성장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인프라의 개선이 배경이 됐다.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IT 생태계가 뒷받침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의 개인용 PC 보급률은 10% 수준으로 일반 가정에 PC가 보편화되지 않은 점이 오히려 모바일 게임 규모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인도의 게임 산업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통신 비용이 저렴함에 따라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인도 전체 게임 시장 중 모바일 게임 점유율은 무려 90%에 달하는데, 미국과 중국이 각각 37%, 62%인 것을 미뤄 보면 확연히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박세정 기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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