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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대동맥류는 몸속 시한폭탄 …지역 거점 의료기관서 조기발견·치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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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원철·조영종 강릉아산병원 교수

대동맥 혈관 부풀면서 늘어나 파열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 치료 효과적

강릉아산병원, 치료 지역 거점 역할

중앙일보

강릉아산병원 조원철(오른쪽)·조영종 교수팀은 초응급 질환인 흉부·복부 대동맥류 질환으로 늘어난 혈관 벽을 보호하는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하는 최소침습적 방식으로 치료한다. 인성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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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류 질환은 주로 흉부·복부를 지나는 대동맥의 혈관 벽이 풍선처럼 부풀면서 늘어나다 터지는 초응급 질환이다. 노화·고혈압·동맥경화 등으로 탄력을 잃고 늘어난 동맥 혈관이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혈액의 속도·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어느 순간 파열된다. 최근엔 직물로 둘러싼 금속 그물망인 스텐트 그라프트(Stent Graft)를 삽입해 늘어난 혈관 벽을 보호하는 최소침습적 방식으로 흉부·복부 대동맥류를 치료한다. 스텐트 그라프트 안으로만 혈액이 흐르도록 해 대동맥류 파열을 예방한다. 강릉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조원철, 영상의학과 조영종 교수에게 대동맥류 질환의 위험성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강릉아산병원은 강원도 영동 지방에서 대동맥류 치료 지역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강릉=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대동맥류 질환은 몸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조원철 교수(이하 조원철) 대동맥류는 터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거의 없다. 대동맥이 정상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도 통증 등 이상 징후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우리 몸의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이 터지면 수도 파이프가 터졌을 때 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다량의 출혈이 발생해 주요 장기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고, 혈액 고임 현상으로 장 괴사가 발생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집에서 복부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80~90%는 사망하고, 병원에 도착해 응급수술을 받더라도 사망률이 20%나 될 정도로 치명적이다. 대동맥이 찢어지거나 터지기 전에 지역 거점 의료기관에서 빠르게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영종 교수(이하 조영종) 인체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흉부·복부 대동맥은 혈액을 주요 장기로 공급하는 핵심 혈관이다. 대동맥류는 흉부·복부 대동맥 전체에서 생길 수 있는데, 대부분 복부 초음파, 폐 CT 등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혈관이 늘어난 대동맥류를 발견한다.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몇 해에 걸쳐 서서히 커지다가 파열될 수 있다. 만약 파열되면 높은 사망률을 보이지만, 터지기 전까지 모르고 사는 경우도 많다.

-흉부·복부 대동맥류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조영종 대동맥류가 생긴 혈관의 직경, 팽창 속도 등을 분석해 파열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살핀다. 대동맥류가 있다고 지금 당장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동맥류 직경이 5㎝ 미만이면 상대적으로 대동맥류 파열 위험이 낮다고 본다. 대동맥 내 혈압을 조절하고 동맥경화증 진행을 막아 대동맥류 파열을 막는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면서 6~12개월마다 대동맥류의 상태 변화를 추적 관찰한다. 특히 금연이 필수적이다. 흡연은 대동맥류 생성·확장·파열을 유발하는 강력한 위험 인자다. 금연으로 대동맥류의 크기가 줄었다는 연구도 있다. 고혈압 관리도 중요하다. 혈압이 높으면 동맥경화, 대동맥 박리로 진행하면서 대동맥 파열 위험이 커진다. 고령이거나 고혈압·흡연 등 대동맥류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대동맥 혈관 상태를 살펴볼 것을 권한다. 대동맥류 파열 전 시술하면 사망률을 1%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

-대동맥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커지지 않나.

조원철 그래서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대동맥류 파열 위험성은 국소적으로 부풀어 오른 혈관 직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연하게도 혈관 직경이 클수록, 진행 속도가 빠를수록 파열 위험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대동맥 직경이 5㎝ 이상이거나 ▶추적 관찰에서 대동맥 직경이 6개월 이내에 0.5㎝ 이상 빠르게 커지거나 ▶복통·혈전 등 증상이 있을 때는 파열 가능성이 높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대동맥 파열을 예방하기 위한 수술적 치료는 동맥류가 있는 혈관을 잘라내 제거하고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수술이든, 시술이든 장기 생존율 데이터를 확인했을 때 두 치료군 간 사망률 차이는 크지 않다.

조영종 다만 70세 이상 고령으로 심폐 기능이 떨어져 전신 마취가 부담이거나 개복 수술을 받은 적이 있거나, 기저 질환으로 전신 컨디션이 불량하다면 비정상적으로 부푼 대동맥 혈관을 잘라내고 인조 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이 어려울 수 있어 금속 그물망 형태의 인공 혈관인 스텐트 그라프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고려한다.

-스텐트 그라프트를 넣으면 대동맥류가 생긴 문제 혈관을 제거하지 않고도 파열을 막을 수 있다고 들었다.

조원철 그렇다. 국소 마취 후 대퇴동맥을 통해 스텐트 그라프트를 대동맥류로 부푼 병변 부위에 밀착·삽입해 혈액이 그 안으로만 흐르게 한다. 대동맥 내벽에 밀착한 스텐트 그라프트는 대동맥류 파열을 유발하는 자극을 차단하면서 주요 장기로 혈액 공급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시술 전후 단기간 내 합병증 및 사망률 위험성이 0.5~2.0%로 낮다. 시술 시간도 1~2시간 정도로 짧아 일상 복귀가 빠르다.

조영종 최소침습적 방식으로 대동맥류를 치료하는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의 장기 예후도 긍정적이다. 복부 대동맥 치료에서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을 받은 후 10년 동안 추적 관찰했는데, 이 기간 동안 전체 사망률이 42.8% 감소했다는 임상 연구가 있다. 특히 94.7%는 대동맥류 관련 사망 사례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흉부 대동맥류 역시 5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장기적으로 대동맥류 혈관이 안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텐트 그라프트 시술 후에도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나.

조원철 시술이 아무리 잘됐더라도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 후 시간이 지나면 혈관 노화로 대동맥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매년 CT나 초음파 검사 등으로 상태 변화를 점검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은 앞으로 20~30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커 매년 검사받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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