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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전문의가 돼서 30여 년간 임상 의사로 환자를 진료하면 할수록 깊은 회의감이 들곤 한다. 세부 전공인 관절 수술을 주로 하다 보니 수술한 환자의 경과를 외래에서 오래 보게 되고, 20~30년 관계가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나이가 들면서 4~5 군데 이상 관절 수술을 하기도하고 혈압·당뇨·암·치매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래서 때때로 나는 ‘과연 환자를 위한 의사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인가’ ‘고장 난 신체만 치료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고민 끝에 10여 년 전 개인 병원을 확장하면서 통합적 치료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치료 방식을 시도했고 최근 그 개념을 ‘통합적 치료 방식’이라고 정리했다.
첫째, 질병의 원인과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인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의학교육은 질병의 원인인 감염균을 찾고 세포나 장기의 문제로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는 생의학 모델(Biomedical model)을 받아들여 현재에 이른다. 생의학 모델에 근거한의학의 발전은 인간을 하나의 정밀한 기계처럼 간주하게 됐다. 즉 질병의 원인과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나이, 생활습관, 인격, 수용 능력 등 정신사회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질은 사라지고 마치 인간이 기계의 부품과 같은 존재로 해석되거나 자극에 반응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에 전인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둘째, 진정한 환자 치료에 대한 개념의 변화가 필요하다. 너무 전문병원화되다보니 환자 치료가 기계의 부품을 교환하는 것처럼 돼버린 듯하다. 따라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해결에서 나아가 추후에 관련 질병이 생기지 않도록, 환자 스스로 인지하고 실천하도록 돕는 진정한 주치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통합적 치료를 하는 전문의가 더 많아져야 한다. 외래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특히 많은 환자군이 완경기의 여성 환자군, 노인 환자군이다. 여성은 다양한 호르몬과 환경적, 정신적 요인으로 그 질병의 치료가 통합적일 필요가 있으며, 최대한 건강한 노년을 맞이하게 재발을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은 신체적 취약성으로 인해 더욱더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완경기 여성의학 전문의, 노인의학 전문의와 같이 세분화해 통합적 치료를 하는 분야 전문의가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넷째, 의료진도 본인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 진료하는 의료진 스스로가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영적으로 건강한 개인이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의사의 삶은 건강한 환자로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팥빙수를 찾듯이 모두가 찾는 의료인이 되기 위해 더욱 깊이 생각하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국희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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