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지하주차장이 붕괴한 인천 검단의 한 아파트 모습. 철근 누락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순살 아파트\\\'라는 오명을 얻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건설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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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누락’ 사태로 알려진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서, 엘에이치 관계자들이 전관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함께 국외 골프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적발됐다.
감사원이 8일 공개한 ‘엘에이치 전관 특혜 실태’ 감사 보고서를 보면, 엘에이치의 검단지구 현장 감독자 ㄱ씨는 이 현장에 건축자재를 납품하던 직무 관련 전관업체들로부터 상품권을 받아 2021년 3월 23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구매했다. 부정청탁금지법과 ‘엘에이치 임직원 행동 강령’상 엘에이치 직원은 직무와 관련해 어떠한 금품도 받을 수 없다. ㄱ씨는 2019~2023년 모두 4차례에 걸쳐 다른 전관 업체의 전관(퇴직 2년 미만)들과 베트남·카자흐스탄 골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엘에이치 행동강령은 퇴직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은 퇴직자와 사적 접촉을 금지하고 있고, 부득이한 경우엔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ㄱ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ㄱ씨는 또,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10차례에 걸쳐 현금입출금기(ATM)을 통해 계좌에 현금 4560만원이 입금된 사실이 적발됐지만, ‘부친이 매년 명절에 준 현금을 자택에 보관하던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ㄱ씨는 2020년 음주운전 사고를 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고도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 엘에이치는 직원이 형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 면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ㄱ씨는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휴대전화를 파기해 증거를 인멸했다. 감사원은 엘에이치에 ㄱ씨 파면을 요구하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전충남본부 직원 3명은 직무 관련 업체의 전관과 2021~2021년 각각 30여 차례 골프를 치면서 할인 혜택과 식사 등 100만원 가까운 향응을 제공받기도 했다. 이 가운데 ㄴ씨는 자신이 구매를 요청한 조명자재 납품 업체 대표 등과 2023년 일본 골프 여행을 다녀왔으나 회사에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엘에이치는 전관 업체 관리감독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지역본부는 청주지북 공공임대주택 조성공사와 관련해, 두 번에 걸친 설계변경 승인에서 시공건설사가 설계변경을 요청한 원인이 원설계의 오류 때문인 것을 확인하고도 전관 설계업체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다. 경기 화성비봉 등 4개 지구를 감리한 전관 업체는 발급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는데도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받았다. 고성남외지구 등 3개 지구에서는 품질미흡통지서 발급 대상인데도 엘에이치가 품질관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등 관련 업무를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했다.
한편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의 원인이 된 무량판 구조 철근(전단보강근) 누락은, 이 구조가 적용된 공공주택사업지구 102곳 가운데 23곳에서 있었던 것으로 감사 결과 확인됐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구조 건설 자재인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게 하는 공법이다.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디도록 철근을 감아 보강해야 하는데, 이를 무더기로 누락해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났다. 이번 감사에서는 16개 지구에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나머지 7개 지구에선 시공 단계에서 철근이 누락되거나 잘못 설치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16개 지구의) 설계 오류는 구조도면 목차나 철근 설치 간격 확인, 구조 지침과 구조도면 비교로 쉽게 알 수 있는 것인데도 엘에이치가 구조설계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수행했다. 시공감독도 소홀히 해 7개 지구의 부실시공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엘에이치에 소속 직원 37명에 대해 문책·주의를 요구하거나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또 검찰에 ㄱ씨를 포함한 엘에이치 전·현직 직원 각 1명과 업체 소속 민간인 3명 등 모두 5명의 수사를 요청하고, 7개 민간 업체의 수사 참고 자료를 보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국회가 요구한 감사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실시됐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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