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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등장 때 들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박태준, 한국 태권도가 넘보지 못하던 '한 장'을 썼다 [올림픽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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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 함께 써내려 가자, 지금 이 순간이 다시 넘겨볼 수 있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데이식스의 노랫말 하나하나 올림픽을 앞둔 태권도 국가대표 박태준(경희대)의 마음과 닿아있다. 그래서 경기를 앞두고 계속 귀에 끼고 들었던 리스트로 낙점받았다.

박태준이 한국 태권도의 부활을 알렸다.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1세트 서로 발을 맞부딪혔을 때 이미 상대는 경기를 진행할 상황이 아니었다. 왼발목 부근이 박태준의 왼쪽 허벅지에 닿으면서 다소 꺾였다. 마고메도프는 즉시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했다.

그래도 짧은 치료를 받은 뒤 일어섰다. 발도 한 번 차보려고 애를 썼지만 걷는 것도 힘들어 보였던 게 사실이다. 결국 박태준의 맹공을 회피할 수밖에 없었고, 소극적인 플레이로 박태준에게 벌점을 헌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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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라운드 후반 박태준의 공격을 몸을 돌려 피했다. 이 과정에서 심판이 경기를 멈추지 않아 박태준의 마지막 발차기가 등 돌린 마고메도프에게 닿았다. 그대로 고꾸라졌고, 관중들은 이미 포기한 상대를 가격했다고 판단해 야유를 퍼부었다.

고의가 아니었던 박태준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시상식에서는 박태준이 어깨동무로 다친 마고메도프를 부축해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마고메도프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 박태준에게 "스포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간의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박태준은 시상대 가장 꼭대기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 때 열화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들었다. 시상대에서 내려와 취재진을 만나서 가장 먼저 한 말도 "이거 꿈 아니죠?"라는 물음이었다.

그만큼 박태준은 올림픽을 웃으며 끝낼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했다. 경기 전 음악을 듣는 루틴도 신경을 썼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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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은 "항상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대체로 흥을 올리려고 빠른 템포의 팝송을 듣는다"며 "오늘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계단을 따라 내려올 때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들었다. 4경기 모두 그랬다"라고 웃었다.

노랫말처럼 한국 태권도의 상징적인 페이지를 완성했다. 종주국을 자부하면서도 유달리 남자 최경량급에서는 올림픽 금메달과 거리가 멀었다. 이 체급에서 최고 성적은 2012 런던 올림픽 이대훈의 은메달. 그 뒤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김태훈과 2020 도쿄에서 장준 모두 동메달에 그쳤다.

숙제로 남아있던 58kg급에 혜성처럼 나타난 박태준이 숱하게 넘겨볼 한 페이지를 썼다. 앞으로 올림픽마다 태권도 경량급 소식에 늘 박태준의 금메달을 빼놓을 수 없는 역사가 됐다.

박태준도 "금메달을 따고 그동안 준비하던 과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울컥했다"며 "21년의 선수 생활이 담긴 금메달인 것 같다. 이거 때문에 살아오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든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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