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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장인영 기자)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 멤버 유채훈이 '경계 없는 음악'으로 돌아왔다.
5일 유채훈은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세 번째 미니앨범 '스푸마토(Sfumato)'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이지리스닝으로 돌아왔어요. 요즘 주변에 힘들고 우울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름시(夏詩)'가 편한 마음을 선사하는 곡이 되길 바라요"라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색과 색의 윤곽을 흐릿하게 하는 미술 용어를 차용한 앨범명 '스푸마토'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경계선 없이 보여주겠는 유채훈의 포부를 담는다. 타이틀곡 '여름시'를 비롯해 '찔레꽃', '져니(Journey)', '드림(Dream)', '도시음'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5곡이 담겼다.
'여름시'는 누구나 했을 그 여름 사랑을 시처럼 노래하며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평소 소울풀하면서도 웅장한 음악들을 선보인 유채훈은 이 곡을 통해 '이지리스닝'에 도전한다. 관련해 그는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 처음부터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을 해보자고 회사와 얘기했다"며 "일반 대중들이 들었을 때 위화감 없고 편하게 멜로디를 따라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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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여름시'와 '드림'이 타이틀곡으로 물망에 올랐다고. 유채훈은 "'여름시'와 '드림' 중 어떤 걸 타이틀로 해야할까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여름시'가 된 것에는 제 비중이 크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다들' 드림'이 너무 좋다고 하니까 눈치를 봤다. 사실 번복했다. 다수결로 하자고 했는데 새벽에 A&R 팀장님께 여름시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나열했다. '사람들이 들었을 때 편하고 나도 (부를 때) 덜 힘들고 같이 즐길 수 있고 압박감 느끼지 않는 앨범. 여름이지 않나. 내지르지 않아도 공연에서 빛을 발할 곡'이라고 강력히 어필했다. 죄송했다"고 설명했다.
유채훈은 '여름시'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하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는 "'여름시'가 타이틀곡이 됐을 때 뮤직비디오를 어떻게 찍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도 어려우셨던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콘티를 짜보겠다고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다른 가수 분들 뮤직비디오 보면 배우분들이 나와서 제대로 된 스토리라인으로 작품 같은 뮤직비디오가 나오지 않나.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팬분들은 제가 많이 출연하는 걸 좋아하시더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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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 중 하나인 '찔레꽃'은 장사익의 동명의 대표곡을 리메이크했다.
1년 전에 편곡부터 녹음까지 끝낸 곡이라는 유채훈은 "제가 장사익 선생님의 '찔레꽃'을 너무 좋아해서 처음에는 공연 때 커버 무대를 하고 싶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앨범에 리메이크 곡을 싣는다면 '찔레꽃'이 있었으면 좋겠더라"라며 "장사익 선생님한테 싱글이라도 좋으니 한 번 허락을 받아보자 싶어서 연락했고, 흔쾌히 좋은 작품 기대하겠다고 해주셔서 시작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1년이 지난 지금서야 공개하게 된 이유를 묻자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해서 1년 동안 묵히다가 '스푸마토'가 나오면서 지금이다 싶었다. 1번 트랙에 이 곡을 넣으면 분위기가 잡힐 것 같더라. 저의 한국가곡을 좋아하시는 팬분들 취향에 맞게 녹음을 다시 했다. 음정, 멜로디 라인도 바뀌었다"며 "오히려 장사익 선생님이 제 공연에 와서 '음원 언제 나오냐'고 물어보시더라. 마음 같아서는 선생님과 리액션을 찍고 싶다"고 웃었다.
이 외에도 유채훈의 머릿속엔 하고 싶은 커버곡이 무궁무진했다.
그는 "정미조 선생님과 '떠나요' 듀엣곡을 낸 적이 있는데 이 노래와 비슷한 계열로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를 한국가곡의 느낌으로 해석해서 불러보고 싶다. 옛가요들에 클래식 정서를 입혀서 앞서 제가 불렀던 '첫사랑' '마중'처럼 피아노와 함께 들려드려도 좋아할 것 같다. 리사이클하면 마이크 없이 불러보고 싶다. 막연한 생각 중 하나인데 전 생각하면 또 하는 성격이다"라고 야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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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테너'라는 별칭으로 국내 크로스오버계를 꽉 붙잡고 있는 유채훈이지만, 그에게도 쓰라린 실패의 역사가 있었다.
그는 "'팬텀싱어' 나가기 전에 국내 최초의 크로스오버 그룹이 될뻔했던 '어썸' 프로젝트가 있었다. 인프라는 없고 의욕만 있었다. 길병민 씨와 안드리아 보첼리 내한공연을 보러 갔는데 체조경기장을 채우더라. 사람들이 이태리 말을 떼창하는 걸 보고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어썸을 결성)했는데 그건 안드리아 보첼리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결국 서로 잘 살아라 하다가 해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2020년 유채훈은 라포엠으로 JTBC '팬텀싱어3'에서 우승을 차지, 다양한 장르를 커버하며 크로스오버 그룹으로서 명성을 쌓는 중이다. 하지만 그는 방송 당시 이러한 사연들을 털어놓자 '사연팔이 하지 말아라', '노래나 해라', '안 힘든 사람 어딨냐' 등의 악플을 많이 받았다고.
유채훈은 "요즘에는 고소하겠다고 하니까 조용하더라. 사실 제가 거짓말 한 것도 아니고 지금은 멀쩡히 잘 활동하고 있으니 팬분들께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어썸에서 경험했던 게 지금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된다. 멤버들은 성악만 하다가 환경이 바뀐 거라서 번아웃이 오면 제 경험도 얘기해줄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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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엠의 리더가 아닌 '솔로가수'로 발표한 앨범이 벌써 3장이다. 라포엠 유채훈과 솔로가수 유채훈의 차이점에 대해선 "크게 없다"고 답했다.
그는 "라포엠에서 고음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도 유연하게 변주를 주고 있고 창법도 다 다르게 한다. 그 범주 안에 있는 거라 개인 앨범은 분량(파트)이 많아졌을 뿐이지 확 다른 건 없다"면서도 "체력적으로는 힘들다. 넷이서 하면 (파트를) 나누지 않나. 내가 고음을 하다가도 쉬고 축구 패스하듯이 가는데 (솔로는) 혼자 드리블 하는 거라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콘서트 준비할 때도 네 명이서 20곡하는 거랑 혼자 20곡하는 거랑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단련이 됐다. 첫 콘서트할 때는 죽겠더라. 솔로 선배가수들 혼자 어떻게 하시지 생각했다. 신승훈 선배님, 이승철 선배님 공연보면 나는 편하게 즐기고 있는데 내가 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지 막막하했다. 요즘엔 나름 요령도 생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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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단순히 테너 성악가가 아닌 '노래하는 사람' 즉, 싱어로 정의하고 싶다는 유채훈은 작사, 작곡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타이틀곡 '여름시'를 작곡한 권지수 작곡가에게 배우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기도.
유채훈은 "작곡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하고 시도때도 없이 멜로디가 떠오르면 녹음기 켜서 흥얼거리기도 한다. 저는 지금 아티스트가 아닌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가 해석해서 가창하는 거지만 표면적으로는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곡을 부르는 거 아닌가. 결과적으로 내 이야기를 직접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 라포엠 앨범에도 '블라스트(Blast)'라는 곡의 탑멜로디를 제가 썼는데 야금야금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8년 생인 유채훈은 40세가 되기 전에는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을 앨범에 수록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안전한 거 하라면서 싫어할 수도 있지만 어필할 거다. 표절 없는 음악으로. 이번 앨범에도 작곡가 분들께 '이거 괜찮죠?' 이런 식으로 계속 물어봤다. 불편하실 수도 있는 질문인데 안 물어보면 제가 큰일나니까"라며 웃었다.
한편, 유채훈의 미니 3집 '스푸마토'는 현재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사진=모스뮤직
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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