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주는 여자’로 4주 연속 출연자 화제성 1위
조직 폭력배 출신 순정남 ‘서지환’ 역
조직 폭력배 출신 순정남 ‘서지환’ 역
‘놀아주는 여자’ 엄태구. 사진 ㅣTEAMHOP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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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남자 엄태구(41)가 로코를 만나 터졌다. 모험에 가까웠던 그의 발랄한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엄태구가 로코를?’로 시작한 드라마는 ‘엄태구가 왜 이제야 로코를?’이란 반응으로 이어졌다.
최근 종영한 JTBC 수목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극본 나경, 연출 김영환 김우현)는 시청률 자체는 2∼3%대로 높지 않았으나, ‘新 로코킹 엄태구’를 탄생시켰다.
엄태구의 화제성은 단연 최고였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매주 발표한 TV-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화제성 조사 결과에서 4주 연속 1위를 달렸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청자 마음까지 훔쳤다. 라쿠텐 비키(Rakuten Viki)에 따르면, 방영 6주차 기준 110여개 국가에서 시청자 수 1위를 기록했다. 미국, 브라질, 영국 등 59개 국가에선 6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태구는 “촬영하면서 (로코로)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재밌게 봐준 것에 대해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대사도 많고 다소 연기하기 오글거리는 장면도 있었지만, 코미디 연기를 진심으로 하려고 했다”는 그는 “인터넷에 많은 글이 올라올 때 (드라마 인기를) 실감했는데, 그 중 ‘누아르 금지’라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미소지었다.
‘놀아주는 여자’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조직 폭력배 출신 서지환(엄태구 분)이 키즈 크리에이터 ‘미니 언니’ 고은하(한선화 분)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드라마였다.
그간 장르물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엄태구의 변신은 가장 큰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가 연기한 ‘서지환’은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세상의 편견 속에서 육가공업체 ‘목마른 사슴’을 운영하는 대표이자, 36년간 모태솔로로 살아온 인물.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만들었던 동생 고은하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반전 매력을 쏟아냈다. 허스키 보이스와 상반되는 다정한 눈빛, 섬세한 표정 연기로 기존 로코물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남주 캐릭터를 빚어냈다.
고은하와 단둘이 냉동창고에 갇히자 황제 펭귄의 ‘허들링’을 설명하며 백허그를 하고, 첫 입맞춤에 다리가 풀려 넘어지는가 하면, 질투에 눈이 멀어 “애기야 가자”를 외치는 등 투박하고 서툴지만 영혼까지 진심인 그의 사랑법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음료 캔으로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는 장면은 각종 ‘짤’(이미지)로 이어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엄태구는 허스키 보이스와 상반되는 다정한 눈빛, 섬세한 표정 연기로 기존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남주 캐릭터를 빚어냈다. 사진 ㅣTEAMHOP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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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엄태구는 로코 도전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일단 제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며 “완성된 것을 보지 못해 괜찮을까 걱정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대본을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막상 하려니 겁이 나기도 했죠. ‘이전 작품과 다르게 접근하자’ 보단 똑같이 하던 대로 노력했어요. 새삼 로코 하신 분들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위기를 업 시키는 게 어려웠지만 그래도 목숨 걸고 최선을 다했어요.”
“연기하면서 현타가 왔다”고 엄살을 떨던 엄태구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로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로코 원석을 발견했다’ ‘로코 길만 걸어달라’는 찬사와 주문이 쏟아졌다.
그는 이같은 반응에 대해 “말랑말랑한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어 인터뷰 때마다 얘길 했는데, 정말 감사한 작품이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구해줘2’ 이후 다시 만난 한선화와의 케미는 유쾌했고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엄태구는 아버지와 경쟁자 앞에서는 날카롭게 날을 세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사랑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허당미를 드러냈다.
“(한선화씨와는) 한 번 같이 해서 어색함 없이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게 장점이었어요. 연기할 때 호흡이 정말 좋았고요.”
극중 ‘서지환’과 실제 엄태구의 싱크로율은 어땠을까. 극중에선 모태솔로지만, 실제로는 “아니”라고 웃으며 답했다. 얼굴만 보면 주당일 것 같지만, 실제로 술을 못 마시는 엄태구는 “작가님이 술 안 마시고 사이다 찾는 캐릭터로 쓰신 걸 보면 에 실제 제 모습에서 비슷한 결을 찾아 표현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한선화와는 ‘구해줘’ 이후 두번째 호흡, 사랑스런 캐미로 인기를 견인했다. 사진 ㅣTEAMHOP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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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에서도 소문난 ‘샤이 가이’인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쑥스러워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답변은 대체적으로 길지 않고 심플했다. 미사여구를 붙일 줄 모르는 투박한 표현이었다. 그런데도 캐릭터에 기울인 노력과 열정, 배우로서의 자세만큼은 ‘진심’으로 전해져왔다.
카메라 밖 엄태구는 여러모로 ‘서지환’과 닮은 구석이 많은 듯 보였다. “불편함을 느끼지 못해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다”거나, “디카페인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즐겨먹는다”는 반전 면모를 소개했다. 또, 인기를 체감하냐고 묻자 “밖에 잘 안 돌아다녀서 모른다”거나, 주변에서 받은 칭찬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그걸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아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놀아주는 여자’는 배우로서도, 인간 엄태구에게도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작품이다. 팬들의 성화에 데뷔 이후 처음으로 SNS 개설과 팬미팅 등을 소속사와 논의 중이다. 최근엔 인기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녹화도 마쳤다. 로코를 성공리에 마친 엄태구의 포부는 이랬다.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어요. 장르보다는 좋고 재밌는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로코를 해봤으니 이제 멜로를 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작품을 정말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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