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자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인근에서 환불 등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가 지난달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큐텐의 다른 계열사들이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모기업인 큐텐이 장악력을 잃어가는 흐름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큐텐 대주주인 구영배 대표의 책임 회피를 정당화하는 과정이 돼선 안 된다. 미정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큐텐 지분을 내놓을 뜻을 밝힌 바 있는 구 대표의 ‘먹튀’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일 티몬·위메프가 신청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회생 절차를 보류하고 회사와 채권자가 변제 방안 등을 협의하는 제도다. 두 회사의 대표는 투자 유치,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회사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것으로 1조원이 넘을 수도 있는 미정산금을 해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구 대표는 앞서 1일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티몬과 위메프 두 회사를 합병하고, 판매자가 합병 법인의 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정상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큐텐 지분 38%를 합병 법인에 백지신탁 하고, 거액을 못 받은 판매자의 채권 일부를 합병회사의 전환사채로 바꾸게 한다는 구상이다. 돈을 못 받은 이들에게 ‘출자전환’을 하여 주주가 되라는 것인데, 구 대표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져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큐텐의 국내 자회사인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 쪽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 등을 돌려받기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경영진이 독자적인 매각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는 지난달 26일 최고경영자(CEO)를 구 대표에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교체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독립 경영 움직임이 티몬·위메프 사태를 책임져야 할 모기업 큐텐에 껍데기만 남기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 티몬·위메프에 대한 꼬리 자르기의 명분이 될 수 없음도 명확하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를 키워 상장하기 위해 티몬·위메프 등 회사를 무리하게 인수해 경영하다 거액의 미정산 사태 일으킨 데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피해자들은 이번 사태를 ‘사기’로 본다. 큐텐 지분을 포함해 큐텐 경영을 통해 취득한 재산은 전액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투입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좀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할 일이지만, 구 대표가 한푼이라도 ‘먹튀’ 하는 일이 없게 관계 당국이 막아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에 힘을 더해주세요 [한겨레 후원]
▶▶무료 구독하면 선물이 한가득!▶▶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