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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안세영, 숙적 야마구치에 역전승 거두며 4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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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 선수가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준결승 일본 아카네 야마구치 선수와의 경기를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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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이긴다. 배드민턴 여자 세계 1위 안세영(22)이 야마구치 아카네(일본·6위)를 풀게임 혈투 끝에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안세영은 3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야마구치 아카네(27)와 벌인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에서 게임 점수 2대1(15-21 21-17 21-8)로 눌렀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금) 이후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에 올랐다.

승리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안세영이 1위, 야마구치가 6위로 랭킹은 앞서지만 역대 전적에선 10승13패. 야마구치에 밀리고 있었다. 다만 최근 7차례 맞대결에선 5승2패. 서서히 우세를 점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안세영은 1게임을 15-21로 내줬다. 야마구치가 평소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 대신 랠리를 길게 가져가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서 흐름을 잃고 고전했다. 야마구치가 받아넘긴 셔틀콕이 여러 차례 네트를 맞고 넘어가는 행운도 영향을 미쳤다.

아직 무릎 부상(안세영)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닌가. 불안감이 드리우던 순간, 안세영은 숨겨진 체력을 끌어내며 야마구치를 압박했다.

2게임에서 들어 코트 좌우를 집요하게 찌르는 공격이 살아나며 주도권을 빼앗았다. 4-5에서 연속 4점을 빼앗으며 8-5를 만들었고, 11-6까지 달아났다. 안세영 표정에 활기가 돋았다. 반면 야마구치는 때리고 또 때려도 받아내고 자신을 코트 이곳 저곳으로 몰아가는 안세영 플레이에 질려가고 있었다.

야마구치는 안간힘을 쓰면서 점수를 13-10까지 좁혔지만, 안세영이 잇달아 공격적인 자세로 스매시를 가하며 15-10으로 벌렸다. 그래도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점수 차. 삐끗하면 날아가는 순간. 전 세계 1위 야마구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서서히 안세영을 추격해 17-16. 여기서 집중력을 총동원한 안세영은 코트 양 구석으로 셔틀콕을 날려보내면서 야마구치를 공략했다. 19-16. 이어 한점씩 주고 받아 20-17에서 야마구치가 안세영 스매싱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2게임은 안세영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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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 선수가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준결승에서 일본 아카네 야마구치 선수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024.8.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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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게임은 일방적이었다. 이미 지칠 줄 모르는 안세영 플레이를 따라가느라 체력이 바닥 난 야마구치는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다. 범실이 나오고 셔틀콕이 자꾸 벗어났다. 6-1, 7-2, 11-5, 15-6.

국내 팬들이 ‘안세영식 가두리 양식장’이라 부른 그 모습이 또다시 재현됐다. 1게임을 내주고 상대 체력을 소모하게 한 다음, 2게임에서 접전 끝 승리, 3게임 일방적 승리.

16-8로 점수 차가 벌어지고 안세영이 20-8까지 달아나던 그 순간,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은 몸을 날려 기어코 상대 셔틀콕을 받아내는 안세영 모습에 매료된 뒤였다.

마지막 야마구치가 날린 셔틀콕이 선을 벗어나며 아웃. 21-8. 안세영은 라켓을 던지고 꿇어앉아 환호했다. 야마구치와 인사를 나누고 나선 관중들을 향해 귀에 손을 갖다 대고 환호를 유도한 다음 크게 포효하는 특유의 세리모니를 펼치고 승리를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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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 선수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준결승 일본 아카네 야마구치 선수와의 경기를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2024.8.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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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은 앞서 여자 단식 조별 예선에서 2승 무패를 기록해 16강에 나섰고, 1번 시드로 부전승을 받아 8강에 선착했다. 1~4번 시드 중 한 명은 5번 시드 야마구치와 8강에서 만나는 대진이었는데, 안세영이 하필 그 대진에 걸렸다. 야마구치는 16강에서 태국 선수를 2대0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올라 안세영과 겨뤘다. 대진운은 나빴지만 안세영은 개의치 않고 승리를 일궜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마지막 남은 한국 배드민턴 선수다. 배드민턴은 김원호(25)와 정나은(24)이 호흡을 맞춘 혼합 복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4강 경기는 4일 오후 열린다. 한국 배드민턴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유일한 기록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이다.

방수현 MBC 해설위원은 “나는 현역 시절 뻣뻣해서 몸을 날려 셔틀콕을 받아내진 못했는데 안세영은 못 하는 게 없다. 금메달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파리=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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