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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의 힘?…음원에 밀려 맥 못추던 CD, 글로벌 팬덤 힘입어 다시 승승장구 [S스토리-온라인 시대…韓 음반시장 ‘CD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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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악트렌드와 반대로 가는 韓

스마트폰 통한 스트리밍 감상 보편화

일본은 CD판매 7년 새 28% 줄었는데

韓, ‘톱 400위’ 음반 기준 실물 판매량

작년 1억1578만장… 10년 새 14배 폭증

음반 수출도 급증해 2023년 3억달러 육박

팬덤 ‘과열 충성 경쟁’ 커지는 우려

서구권 타깃 전략 적중 美·유럽 점유율 ↑

스타 포토카드 등 굿즈 끼워팔기 상술에

CD플레이어 없는데 팬들 무분별 사재기

“사행성 조장, K팝 위상 해쳐” 자성 촉구

“밀리언(100만장) 셀러, 더블 밀리언(200만장) 셀러, 트리플 밀리언(300만장) 셀러, 쿼드러플 밀리언(400만장) 셀러 달성!”

지난달 29일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연간차트 톱 400위 기준 CD 등 실물(피지컬) 음반 판매량이 10년 전 동일 차트 판매량과 비교해 14배나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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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아이폰 1세대가 공개된 이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전 세계에서 실물 음반 판매는 줄어드는 추세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테이프와 CD를 통해 향유됐던 음악은 MP3 플레이어가 등장한 이후 본격적으로 디지털화됐다. 그런 가운데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음악은 실물 음반이 아닌 디지털 음원으로 대부분 유통됐으며, 더 나아가 ‘소유’가 아닌 ‘스트리밍’(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재생되는 방식)으로 이용 방법도 바뀌었다.

◆실물 음반 판매량 해마다 증가하는 한국

하지만 이러한 흐름과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실물 음반 판매는 해마다 늘고 있다.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2014년 연간차트 기준 실물 음반 톱 400의 합계 판매량은 737만7150장이었다. 이어 2016년 1080만8921장, 2018년 2282만2245장, 2020년 4170만7301장, 2021년 5708만9160장, 2022년 7711만7982장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억1577만8266장이 판매됐다. 해당 수치는 톱400의 합계 판매량만 추산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 한국 가수들의 실물 음반 판매량은 이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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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 세계 음반 판매 경향과 다르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 놓고 봐도 실물 음반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다. 일본레코드협회(RIAJ)가 해마다 발간하는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일본 국내외 CD 판매량은 1억5229만4000여장이다. 2018년 1억3726만8000여장, 2019년 1억3232만5000여장, 2020년 1억393만1000여장, 2021년 1억355만2000여장, 2022년 1억91만5000여장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지난해 1억878만6000여장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줄어드는 모양새다.

◆해외 시장이란 새로운 판매처 확보

그럼에도 한국만 유독 실물 음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의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실물 음반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아시아 시장을 벗어나 북미와 유럽시장으로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으로, 비아시아권을 타깃으로 K팝이 활동 범위를 넓혀온 그간의 전략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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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러한 주장은 관세청 수출 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음반 등 ‘음성만을 기록한 것’(HS부호 8523491020·8523491040)의 수출 실적은 2017년 4418만2000달러에서 2018년 6439만9000달러, 2019년 7459만4000달러로 점차 늘어난다. 2020년에는 1억3620만1000달러로 1억달러를 돌파했다. 2021년 2억2085만달러, 2022년 2억3138만9000달러, 지난해 2억9023만1000달러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국가별 지난해 실물 앨범 최대 수입국은 일본으로 전체 판매량의 41%를 차지했다. 2위는 미국으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상승해 22%를 기록했으며, 전년에 2위를 기록했던 중국은 10%포인트 감소해 12%로 3위에 위치했다. 특히 지난해 수입국 중에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음악시장 규모가 큰 유럽 국가가 주요 K팝 수입국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캐나다와 호주와 같은 영어권 지역들의 점유율이 상승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북미나 유럽 지역의 수출이 증가한 것은 최근 K팝 산업이 서구권을 타깃으로 성장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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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 음반·소품으로 판매 촉진

K팝 실물 음반 판매량이 늘어난 것에는 음악 감상 및 소장의 본질적인 용도 외로 실물 음반이 사용되고 있는 점도 큰 역할을 했다.

실물 음반에는 CD와 가수들의 모습·가사 등이 담긴 음반집이 기본 구성이다. 여기에 포토카드, 포스터를 비롯해 키링, 홀로그램카드, 스티커, 책갈피 등이 추가로 포함된다. 특히 추가로 포함된 이들은 모두 같지 않다. 예컨대 포토카드는 멤버 혼자만 담겨있으며, 이 또한 여러 가지 자세로 촬영한다. 그리고 이 포토카드는 음반마다 무작위로 담긴다. 포스터나 키링 등도 종류가 여러 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가수의 포토카드 등을 구하기 위해선 음반을 여러 장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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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돌 그룹은 음반에 퍼즐 형태의 포토카드를 넣었다. 포토카드를 모두 모으면 특정 모양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팬들은 이 모양을 완성하기 위해 산술적으로 수만 장을 사야 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속품 말고도 CD 플레이어 형태로 판매하거나 가방, 액자 등으로 꾸며진 음반을 내놓는 등 음반 형태에 변화를 줘 팬들의 지갑을 계속 열게 만들고 있다.

팬미팅이나 사인회 등에 참석하기 위한 참가권 등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는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을 견학하기 위한 ‘황금티켓’을 얻기 위해 웡카 초콜릿을 반복해서 사는 장면이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미 일본에서 사용된 바 있다.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은 일본의 47개 도·부·현에서 멤버를 한 명씩 뽑아 총 4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선거’를 통해 정해지는데, 이때 필요한 ‘투표권’은 음반을 구매해야만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지지하는 멤버가 활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수백 장의 앨범을 구매한 팬도 있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음반에 좋은 노래를 담는 것으로 팬들의 구매를 이끄는 것은 이미 구시대 이야기”라며 “사진, 가방 등 색다른 상품을 음반에 포함해야 하고, 팬미팅 참가권 등 미끼 상품이 있어야 팬들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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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척도된 초동… 과열 경쟁에 피로감도

가수의 인기 척도도 음반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수의 인기는 멜론 등 음원 사이트나 TV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밀리언 셀러’(100만장 판매) 등으로 표현되는 음반 판매량. 특히 ‘초동’(음반 공개 첫 일주일 판매량)은 가수는 물론이고 팬들에게 특별하다. 수개월 동안 음악 활동하던 과거와 달리 유행이 빨리 바뀌는 최근에는 통상 가수들의 활동은 1∼3주. 그렇기 때문에 음반 발매 첫 주 판매량은 향후 가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초반에 탄력을 받아야 계속 달릴 수 있다”는 말처럼 초동이 높게 나와야 활동을 오래 할 수 있다. 기획사와 팬들이 초동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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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과도한 초동 강조에 팬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K팝 팬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케이팝레이더가 라이트팬(한 달간 5만원 미만 소비) 384명과 코어팬(한 달간 5만원 이상 소비) 617명 총 1001명을 대상으로 아이돌 일정 알림 앱 블립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초동 경쟁이 지나치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라이트팬의 63.3%, 코어팬의 74.4%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초동을 위해 팬덤이 무리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라이트팬의 66.9%, 코어팬의 71.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K팝 코어팬의 70.2%는 ‘음반사별 미공포(미공개 포토카드), 럭키드로우(뽑기) 등 랜덤 포토카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항목에 ‘그렇다’고 했고, 77.0%는 이 같은 방식이 초동을 높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시각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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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음반 판매 강조는 미국 빌보드조차 최근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는 많은 팬이 CD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음반사가 ‘복권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과 굿즈가 수반된 패키지 CD를 도입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업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앨범 판매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지나친 홍보와 사행성 상품 추가는 K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선 경계해야 한다”며 “K팝에 대한 전 세계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반성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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