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2019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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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가 이슈를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온건·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재명 전 대표 주변에 강성 친명만 모인다면 중도확장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적잖다.
그런데 이 전 대표 곁에서 ‘레드팀’을 자처하는 이가 있다. ‘원조 친명’으로 분류되는 정성호(5선·경기 동두천-양주-연천갑) 의원이다. 그는 1일 KBS라디오에서 “대통령 탄핵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국민 다수가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당시 야당(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이 연합해서 추진했다가 어떤 후폭풍을 겪었는가”라며 “정치 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은 굉장히 신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탄핵과 관련한 현안이 쌓이고, 민생 현안도 많아 개헌안은 시급하지 않은 현안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개헌보다 탄핵을 우선순위에 둔 것 아니겠는가”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미 “윤석열 탄핵 열차가 출발했다”(정봉주 전 의원), “반드시 탄핵하겠다”(전현희 의원)는 강경파 주장이 득세하는 마당에 정 의원이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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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방식의 순직해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 개회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선 강경파로 꼽히는 추미애 의원이 “제3자 순직해병 특검법은 절대로 받아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중앙일보에 “제3자 순직해병 특검법을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의원들이 마음속으로는 제3자 특검법에 대해 열려 있지만, 강성 지지층 때문에 공개 발언을 못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쓴소리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이 전 대표와의 오랜 인연에 기반한 신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이 전 대표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후일 ‘노동법학회’로 발전하는 공부모임에서 처음 만나 37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발돋움한 후 2017년엔 이재명 대선 경선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2022년엔 민주당 대선 선대위 특보단장을 맡았다. 2017년부터 이어진 측근 그룹 ‘7인회’ 좌장이기도 하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정치적 위기에 놓일 때마다 함께했다. 이 전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2018년 친형 강제입원 등의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자 당에선 “이재명을 제명하라”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 2020년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이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2017년 당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운데)와 정성호(왼쪽)·김영진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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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당시 주류이던 친문계의 압박에 항거하면서 이 전 대표를 독려한 이들이 정 의원을 비롯한 7인회였다. 친명계 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중진 의원은 “최근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민주당 의원 중 진짜 이 전 대표를 위하는 친명은 정 의원과 김영진 의원 정도일 것”이라며 “지금도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게 진짜 이재명을 위하는 길이라고 보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지난 6월 말 대표직을 사퇴한 이 전 대표는 이후 정 의원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가 3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평소 정 의원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이 전 대표가 향후 정치 행보 등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와 정 의원은 국회 본청에서 만나 도시락 토크도 여러 차례 해왔다. 그때마다 정 의원은 이 전 대표에게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주변에 정성호·김영진 의원 같은 쓴소리맨이 많아야 한다”며 “그분들을 계속 곁에 두느냐, 떠나게 하느냐는 이 전 대표가 고언을 잘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성·성지원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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