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 우려해 '당근과 채찍' 2단계 전략 수립
"수입확대 선제적 제안…안되면 고율 맞불관세 가동"
대서양 무역전쟁 재발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 있는 유럽연합(EU)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때 우려되는 통상전쟁에 대비해 2단계 전략을 짜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의 2단계 전략은 이른바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신속하게 협상을 제안하지만, 협상이 실패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징벌적 관세를 대신 택한다면 EU가 표적 보복을 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EU 협상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그가 취임하기 전에 캠프에 접근해 EU가 어떤 미국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 협상이 실패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EU 집행위원회는 50% 이상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게 되며 현재 관세 부과 대상 수입품 목록을 작성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이 전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할 경우 먼저 EU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한 대응이다. 이 조처가 단행되면 EU의 수출이 연간 1천500억 유로(약 224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EU의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미국의 파트너이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협상을 모색하겠지만, 그런 상황(보편관세 부과)이 되면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서양 동맹'으로 지칭될 정도로 가까운 유럽 우방들이 밀집한 EU와 재임 기간에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켰다.
이는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과 성격이 비슷해 '대서양 무역전쟁'으로 불리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3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수입산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EU는 강력히 반발하며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고율관세를 미국 우선주의의 주요 수단으로 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
양측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집권 이후인 2021년 서로 관세 부과를 일시 유예하는 '휴전' 상태에 들어간 상태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수석 집행위원장은 양측이 과거의 "대립" 반복을 피하길 바란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EU가 전략적 동맹이라고 생각하며 특히 지정학적 맥락에서 무역 부문에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관세를 통해 우리의 이익을 방어했으며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의 이익을 또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장기간 EU 상대로 대규모 무역적자를 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EU에 대한 무역적자는 당선 시점이던 2016년 1천140억유로(170조원)에서 2020년 1천520억유로(227조원)로 늘어났다.
이 적자 규모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더 증가해 2023년 기준 1천560억유로(233조원)를 기록했다.
다만 현재 EU의 경제 성장률이 미국의 절반 이하이며 내수가 감소하고 있어 미국과 EU의 관세전쟁이 EU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전쟁 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0.5%의 타격을 입지만 EU는 GDP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당국자들은 대서양 무역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 등 경제여건 변화의 정치적 파장도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유권자 생계 부담을 가중하는 지속적 물가 상승을 우려해 유럽 수입품을 겨냥한 공세를 자제하길 기대한다.
EU 고위 당국자는 "이번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보다) 우리는 더 잘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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